“형벌 중심의 응보적 처벌 부적절”
사회봉사명령엔 “사실상 무임금 노동”
과거 국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사법부가 거듭 “신중 검토” 의견을 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가 최근 약 두 달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현행 유지’ 결론을 냈는데, 법조계와 시민단체계의 반대 여론에도 해마다 정치권에서 연령 하향 논의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국회 의견 회신문’ 2건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2024년 각각 대표 발의한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사법부의 검토 의견이다. 해당 법안들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처는 여론이나 범죄율 통계에 치우치기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처는 의견서에서 “13세 소년은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자”라며 “응보적 관점에 입각하여 과거의 범죄행위에 비례하는 형사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형벌을 내리기보다 가정법원의 다양한 보호처분을 통해 신속한 교육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특히 비행을 저지르는 13세 중 상당수가 ‘가정 내 학대’나 ‘빈곤’ 등으로 사물 변별 능력이나 행동 통제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짚었다. 행정처는 “이들에게 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낮췄을 때 빚어질 현실적인 부작용도 우려했다. 연령 상한이 낮아지면 처음 범행을 저지른 13세 소년도 성인처럼 검찰 수사를 받고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 행정처는 국내 소년교도소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할 때, 수감을 통한 아이들의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기류도 근거로 들었다. 행정처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로 유지하고, 14세 미만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형벌 성격의 제재가 현행 노동법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쟁점도 부각됐다. 13세 이상 소년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개정안 조항에 대해, 법원은 이를 사실상 ‘무임금 노동’으로 해석했다. 행정처는 15세 미만 연소자 채용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거론하며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64조 1항에서도 원칙적으로 15세 미만인 사람은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소년 재판을 성인 형사 재판처럼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검사와 피고인이 공방을 벌이는 형사 재판과 달리, 소년 재판은 판사가 후견적 입장에서 소년의 환경을 조정하고 갱생을 이끄는 절차다. 행정처는 재판 절차에 검사를 개입시키는 등의 법안 내용이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성인 형사 재판 절차와 유사한 구조로 진행되어, 소년사법 이념이 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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