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문제 얽혀 강경대응 어려워
美와는 전략적 공조도 고려해야
“이란 소통 유지해야 외교공간 생겨”
정부, 비행체 잔해 국내 분석 방침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 HMM ‘나무호’가 ‘미상의 비행체’에 공격을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한국 정부는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의 대응에 기조를 맞추는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 관리도 해야 하는 외교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며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격 주체가 확정되기까지는 이란 정부와 소통을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도 강하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사건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정황이 확인된다고 해도 이란 행정부와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야 우리 측 피해와 책임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대응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외부공격’으로 결론 지은 정부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11일 청와대, 정부는 추가 확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번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공격의 주체’는 특정하지 않았다. “특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향후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서는 이런 기조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게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를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야 하니까 그렇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일단은 이란 입장을 배려하는 듯한 태도다.
여기엔 정부의 깊은 고민이 녹아 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이란과도 외교 관계를 일정 수준 관리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격 주체가 이란 혹은 친이란 세력이라고 판명이 난다고 해도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이란을 상대로 강경 대응만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전략 공조도 고려해야 한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한국, 이란 정부 간 소통 채널을 오히려 더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잔해 분석 등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거나 군함 추가 파견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간 소통 창구가 유지돼야 (이란이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확인되면) 피해와 책임 문제를 보다 강하게 제기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는 사실관계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공격 주체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나무호에 남아 있던 비행체 잔해를 조사하는 게 급선무다. 나무호가 있는 중동 현지에서는 한계가 있어서 국내에 들여와 분석을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선박 항해기록장치(VDR), 위성 정보, 선체 손상 분석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연안국 및 우방국과 정보 공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중동 감시 자산을 보유한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 차원의 문제 제기에 나설 수도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만큼 이번 사건을 단순 한국 선박 피해가 아니라 국제 항행 안전 문제로 확대해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국가들과 외교 채널 가동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해상에서의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IMO 등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 해상교통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요구를 보다 강력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일단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 공조, 해상 안전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전쟁에 직접 뛰어드는 건 가능한 피해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미국과 공조는 유지하되 이란과 정면 충돌은 피하면서 경제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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