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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에도 떨던 이준·황치열·김세정, ‘수십억’ 부모님집은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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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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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명품 살 때 유통기한 임박 상품 골랐다’ 가장 낮은 곳에서 버텨 가장 높은 벽 세운 짠돌이들의 승리

스타의 통장에 찍힌 수억원의 출연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돈을 대하는 태도다. 남들이 명품을 쇼핑하는 등 소비의 즐거움에 빠져있을 때 어떤 스타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고르고 10원 단위의 포인트에 매달리는 짠돌이 근성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습관이 아니다. 다시는 가난의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며 자신을 희생해 가족을 지켜내려는 선택의 결과다.

화려한 무대 조명보다 더 단단한 마음으로 지켜낸 삶의 무게. 세계일보 자료사진
화려한 무대 조명보다 더 단단한 마음으로 지켜낸 삶의 무게.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준은 연예계에서 자산 대비 가장 인색한 인물로 꼽히지만 그 바탕에는 무용을 전공하던 소년 시절의 기억이 깔려있다. 한 벌뿐인 타이즈를 매일 밤 빨아 말려 입어야 했던 그에게 가난은 살을 파고드는 감각이었고 수학여행마저 포기하게 만든 현실의 가로막이었다.

 

성공의 길에 올라선 뒤에도 그는 한 달 카드값 50만원을 넘기지 않는 통제를 이어갔다. 군 복무 시절에도 남들은 PX에서 간식을 사 먹을 때 그는 고스란히 월급을 저축해 수백만원을 모아 전역했다. 10년 넘게 입어 구멍이 난 속옷을 버리지 않고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골라 끼니를 해결하며, 샴푸 한 통을 몇 달씩 사용하는 모습은 궁상이 아닌 과거의 결핍이 남긴 흔적이다.

 

자신에게는 단 1000원을 쓰는 것조차 주저하던 소년은 어머니의 명의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의 6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했다. 한 달에 몇십만원으로 버티던 인색함이 모여 가족을 가난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소년 시절의 낡은 타이즈가 만들어낸 압구정의 흔들림 없는 거처. 네이버부동산
소년 시절의 낡은 타이즈가 만들어낸 압구정의 흔들림 없는 거처. 네이버부동산

황치열이 버텨온 방식은 더 거칠고 냉정하다. 상경 후 단돈 20만원으로 무명 생활을 견디던 그는 식욕마저 숫자로 눌러야 했다. 고기를 사 먹을 돈이 없던 시절 그는 돼지기름 대신 식용유를 생으로 한 숟가락씩 마시며, 몸에 필요한 지방을 채웠다. 영양 불균형으로 코끝이 시리고 몸이 야위어갔지만 그는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

 

겨울철 난방비 7만원을 아끼려 거실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던 일은 드라마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당시 그가 살던 옥탑방은 여름엔 찜통 겨울엔 얼음장 같았지만 그는 그곳에서 9년이라는 무명의 시간을 버텼다.

 

성공 이후에도 행사 의상을 직접 수선하고 팬들의 선물을 수년째 사용하는 검소함은 여전하지만 부모님을 향한 지출의 단위는 달라졌다. 그는 고향 구미에서 최고급 주거지로 꼽히는 아파트를 부모님께 마련해드리고 고급 외제차를 현찰로 결제했다. 식용유 한 숟가락으로 허기를 달래던 아들의 성공은 부모님의 집과 차라는 현실적인 보금자리가 되었다.

식용유 한 숟가락으로 배고픔을 견디던 아들이 외제차로 건넨 진심. 게티이미지뱅크
식용유 한 숟가락으로 배고픔을 견디던 아들이 외제차로 건넨 진심. 게티이미지뱅크

김세정은 결핍을 동력 삼아 돈이 새어나갈 틈이 없는 방어망을 구축했다. 유년 시절 나라에서 지원하는 결식아동 급식카드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그녀는 한 끼에 3500원이라는 제한된 금액 안에서 메뉴를 골라야 했던 공포를 일찍이 체득했다. 돈이 없으면 밥을 굶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밥을 굶지 않겠다는 절박한 다짐을 남겼다.

 

그녀는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부터 모든 자금을 9개의 통장으로 쪼개서 운용했다. 생활비·저축·부모님 용돈·세금 등 목적에 따라 돈을 분리해 지출을 기계적으로 막았다. 감정적인 소비를 원천 차단하고 숫자로 자신을 방어한 셈이다.

 

그녀는 무명 시절부터 일기장에 목표로 적었던 ‘어머니를 위한 집’을 고향인 전북 김제에 마련했다. 마당이 있는 집을 선물받고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 뒤에는 급식카드를 들고 식당을 전전하던 소녀가 쌓아 올린 9개의 통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급식카드를 들고 식당 앞을 서성이던 소녀가 일궈낸 평온한 안식처. tvN ‘온앤오프’ 화면 캡처
급식카드를 들고 식당 앞을 서성이던 소녀가 일궈낸 평온한 안식처. tvN ‘온앤오프’ 화면 캡처

이들의 행보를 단순히 자린고비의 이야기라 치부하기엔 지나온 현실이 너무 냉혹했다. 이들은 스스로에겐 가혹할 정도로 인색했지만 가족을 위해선 억 단위의 금액을 아낌없이 내어줬다. 이는 바닥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절실한 책임감이다. 10년 된 속옷과 식용유 한 숟가락 그리고 9개의 통장은, 이들이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붙잡았던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압구정과 구미 그리고 김제에 마련한 집들은 자신을 지워가며 일궈낸 성실한 성취였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결핍을 딛고 일어선 이들의 숫자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명확하다. 자신을 아껴 가족의 세계를 지켜낸 삶. 이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온 사람들의 진짜 승리다.

 

남들이 박수 소리에 취해 있을 때 이들은 통장 비밀번호를 눌렀고 낡은 가계부를 택했다. 자신에게는 단돈 1000원조차 인색했던 세 사람이 증명한 진실은 하나다. 가장 낮은 곳에서 스스로를 절제한 자만이, 소중한 사람을 지켜낼 가장 견고한 벽을 쌓을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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