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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고개 숙인 이재용 … 꽉 막혔던 노사 대화 재개 ‘물꼬’ [삼성전자 18일 2차 사후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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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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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회장취임 후 첫 대국민 사과

노조 대화 참여 명분 제공 속
고객사에 리스크 관리 시그널
경제 충격 최소화 의지도 반영

사측, 勞 요구에 교섭위원 교체
노조도 한발 물러서 재협상 의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성과급 갈등으로 불거진 노사 충돌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총파업 직전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돌려세우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글로벌 고객사까지 언급하며 고개를 숙인 데에는 노사 갈등이 반도체 공급망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평소 출국·귀국길 기자들 질의에 미소만 띠거나 “수고 많으시다”는 인사말을 하던 이 회장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국민과 고객사에 사과했고,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 수출의 37%를, 국내 주식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해 파업이 국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 제 탓… 지혜 모아 한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며 삼성전자 노조에게 파업 철회를 호소하는 뜻이 담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다 제 탓… 지혜 모아 한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다.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며 삼성전자 노조에게 파업 철회를 호소하는 뜻이 담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은 노조를 “한 몸, 한 가족”으로 표현하고, 사안에 대한 책임을 “다 제 탓”으로 돌리며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데 집중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노사가 대화할 명분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중재에도 노사 협상이 진전되긴커녕 대화의 장조차 닫힌 상황에 협상 실마리를 찾기 위해 총수가 등판한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 사과 직후 삼성전자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대표 교섭위원(김형로 부사장)을 교체했다. 같은 날 새 대표 교섭위원인 여명구 DS피플팀장(부사장)이 경기 평택캠퍼스 노조 사무실을 찾았고, 회사 경영진은 주말 동안 회의를 진행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사과로 대국민 입장문을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 오랜 침체기를 겪고 인공지능(AI) 호황기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성장 동력이 이번 사태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18일간의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43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에 달하는 직간접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 공정이 멈추면 불량률이 올라가 반도체 핵심 재료인 ‘웨이퍼’ 수만장을 폐기해야 할 수 있고, 공급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고객사 신뢰에 치명적이다. 외신들도 파업이 장기화할 시 납기 지연과 신뢰 훼손, 중국 기업 등 경쟁사 반사이익 가능성을 거론했다.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삼성전자 노조 리스크가 한국 경제 리스크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총수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삼성의 시스템 위기가 사회적 비판으로 확대될 때 앞장서 사과하고, 조직 결속을 이끌어 위기를 극복해왔다.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이 잇따르자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나와 사죄했다. 2020년 경영권 승계 논란과 무노조 경영, 준법 체계 비판 등에 대해서도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가 직접 사과하면서 노사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보였다”며 “경영진이 노조 요구에 일부 응하며 협상에 나선 만큼 노조도 양보 의지를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단도 지난 15일 공동 입장문을 낸 뒤 평택 사업장을 찾아 노조 지도부와 면담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사과문 형식의 공동 입장문을 낸 건 처음이다.

이 회장과 경영진의 전향적 자세에 노조도 한발 물러서며 협상 의지를 내보였다. 사측의 기존 교섭위원 배석 요청을 받아들였고, 성실 교섭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 회장 입장에 대해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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