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애는 누가 보냐고?”…엄마들의 눈물겨운 ‘새벽 5시 생활체육’ [권준영의 머니볼]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권준영의 머니볼 , 세계뉴스룸

입력 :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여성 생활체육 참여율 첫 남성 추월…그런데 엄마들은 왜 새벽에 뛰나
화려한 ‘오운완’ 열풍의 이면…가사·돌봄 끝내야 허락되는 ‘조건부 시간’
고용률 닮은꼴 ‘체약단절’ 잔혹사…산후우울증 68.5%에도 갈 곳 없는 현실
“수십조 저출생 예산 쓰면서도…출산 후 여성 건강권은 여전히 개인 몫”

새벽 5시. 날이 채 밝기도 전인 서울의 한 24시간 헬스장. 러닝머신 위 여성들은 운동 화면보다 휴대전화 시계를 더 자주 들여다본다. 운동을 마친 뒤 곧장 출근하거나 아이 등원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새벽 시간은 가장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운동 시간이기도 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오운완’ 열풍의 착시…화려한 레깅스 뒤 숨은 ‘시간 빈곤’

 

19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한다고 답한 여성은 63.3%로 남성(62.6%)보다 높았다. 전체 국민 생활체육 참여율은 62.9%였다. 30대(67.8%), 40대(67.1%) 참여율도 높게 나타났다. 걷기(40.5%), 보디빌딩·헬스(17.5%), 등산(17.1%)이 주요 종목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이 넘쳐나고, 레깅스와 애슬레저는 일상복 시장으로까지 확장됐다. 유통업계 역시 여성 운동 시장의 성장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참여율이 곧 ‘여유 있는 자기관리 시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30~40대 여성 참여율 역시 마찬가지다. 이 수치는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를 구분하지 않은 연령 평균값이다. 같은 30~40대라도 미혼 여성과 미취학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생활 조건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30~40대 여성의 높은 생활체육 참여율과 육아기 여성들의 운동 제약은 서로 모순된 현상이 아니었다. 결혼과 출산, 돌봄 여부에 따라 운동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202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 37분으로 남성(54분)의 약 2.9배였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돌봄 부담은 더 커진다. 여성들에게 운동은 집안일과 돌봄을 마친 뒤에야 겨우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대화형 인공지능 Gemini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대화형 인공지능 Gemini 생성 이미지.

◆고용률 닮은꼴…결혼·출산 앞에 멈춰선 여성들의 운동

 

문제는 단순한 시간 부족만이 아니다. 여성들의 운동 참여는 결혼과 출산, 육아 시기를 지나며 크게 꺾인다는 점이다.

 

문체부 통계상 30~40대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를 구분하지 않은 평균값이다. 반면 통계청 ‘생활시간조사’와 관련 연구를 토대로 미취학 자녀를 둔 기혼 여성만 따로 보면 운동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이들은 20대까지만 해도 남성과 비슷하거나 일부 종목에서는 더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 하지만 육아와 돌봄이 집중되는 시기에 들어서면 운동 시간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후 자녀가 성장하며 일부 회복되지만,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노동시장의 ‘경력단절’ 현상과도 일부 닮아있다.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운동 역시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양상이 반복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를 단순히 개인 의지 부족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과 부족한 사회적 지원이 함께 만든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국가적 과제라더니…공공 체육관엔 ‘엄마의 자리’가 없다

 

북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부모가 운동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드롭-인 탁아’(Drop-in Childcare, 필요 시 일시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공공 체육시설과 함께 운영된다. 운동을 개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지원의 영역으로 본 것이다. 스웨덴 등에서는 공공 체육시설 내 보육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거나 부모의 운동 시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반면 국내 일부 공공 체육시설에서는 안전이나 운영 문제 등을 이유로 아이 동반을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기혼 여성의 운동은 제도적 지원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시간 조율’ 문제로 남아 있다. 공공시설의 보육 기능이 부재한 상황에서, 운동 시간 확보는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지는 구조다.

 

육아정책연구소와 여성가족부 연구에서도 기혼 여성들이 운동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간 부족과 돌봄 부담이 꼽힌다. 특히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다.

 

이러한 돌봄 부담과 시간 제약은 단순한 생활 문제를 넘어 신체·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하소연과 “새벽이라도 뛰고 온다”는 경험담이 함께 올라온다. 운동이 건강관리이면서도, 가족 일정 사이에 눈치를 보며 끼워 넣어야 하는 시간이 된 셈이다.

 

이러한 ‘시간 빈곤’은 건강 문제로도 이어진다. 보건복지부 ‘2024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후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68.5%에 달했다. 산후 여성들 사이에서는 허리·손목 통증 같은 근골격계 이상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여성에게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 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육아와 돌봄 부담 속에서 이 기준을 꾸준히 충족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운동은 개인 몫…시간은 각자 해결하라는 사회

 

최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SNS에는 운동 기록과 식단 인증이 일상처럼 올라온다. 레깅스와 애슬레저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고, 여성들의 생활체육 참여율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운동할 시간과 여건을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

 

여성들의 운동은 결혼과 출산, 육아 시기를 거치며 반복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돌봄 노동의 집중, 가사노동의 비대칭, 부족한 공공 체육 인프라가 맞물린 결과다.

 

출산과 육아가 국가적 과제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출산 이후 여성의 신체 회복과 지속적인 운동·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제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출산 이후 여성들이 운동을 포함한 자기 돌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개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애는 누가 보냐”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기혼 여성의 운동은 여전히 죄책감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돌봄과 운동을 함께 지원하는 ‘돌봄 연계형 공공체육 인프라’ 확충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오피니언

포토

임지연, 청순 분위기
  • 임지연, 청순 분위기
  • 이민정, 이병헌도 반할 드레스 자태
  • 박은빈 '미소가 원더풀'
  • 아이유 '대군부인의 우아한 볼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