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 위 철근·콘크리트 부식 심각
철거 과정 중 충격 못 견디고 ‘쿵’
사고 12시간 전 슬래브 침하에도
드론 대신 인력 투입 ‘무모한 선택’
“기본만 지켰어도 막을 사고” 지적
현장 시민들 “굉음 뒤 비명 쏟아져”
26일 서울 한복판에서 사상자 6명(사망 3명·부상 3명)를 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의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추정된다.
우선 교각 위에서 슬래브(다리 최상단의 콘크리트판)를 받치고 있는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의 철근과 콘크리트의 부식 정도가 예상보다 심했을 경우다. 내구도가 떨어진 거더가 철거 과정 중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더가 옆으로 넘어진 경우다.
평상시 거더 전체를 덮고 있던 슬래브를 거더 면적에 맞춰 절단하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어떤 외력에 의해 교각 위 ‘工’ 모양으로 얹혀 있어야 할 거더가 옆으로 쓰러지며 ‘H’ 모양이 되면 자체 하중도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이날 새벽 2시30분쯤 철거 현장에서 슬래브 절단 중 2.9㎝ 침하 현상이 확인돼 공사가 중단됐고,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오후 2시33분쯤 고가 상판 일부와 구조물이 낙하하면서 인명 피해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어떤 구조적 원인이 있었더라도 60년 된 고가차도 철거 과정에서 안전 사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철거 작업 중) 붕괴가 발생하면 당연히 밑에서 거더가 무너진다. 이를 막기 위해 위에서 크레인으로 잡아주든가, 지지대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이런 부분들이 안전관리계획서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내용이 없다면 그 검토나 승인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계획서에 내용이 있는데 그대로 시공을 안 했다면 그 또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전에 붕괴 징후를 포착한 뒤 벌인 안전진단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이번 사고의 피해를 키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슬래브 침하는 명백한 붕괴 전조현상인데 지지대 설치도 하지 않고, 드론이 아닌 500㎏에 달하는 성인 6명이 거더 안으로 들어간 것은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학과 학장은 “안전장치 없이 안전진단을 하다 안전사고가 난 것”이라며 “추락 방지용 장치라든지 걸어놓게 했어야 했다. 안전에 대한 매뉴얼만 지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했다.
이날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당시 현장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 남기혁(58)씨는 “몇초 정도 ‘우두두’ 하는 소리가 나더니 먼지가 많이 날렸고, 사람들이 막 튀어나왔다. 신음 소리를 내고 ‘살려달라’고 막 소리치고 그랬다”고 했다. 직접 사고를 신고했다는 한 인근 상인은 “사고가 나면서 불꽃놀이할 때처럼 굉음이 났다”고 했다.
사고로 서울역∼신촌역 간 전차선 단전이 발생해 해당 구간 열차 운행이 중지되면서 행신역∼서울역 구간 KTX 운행이 중단되는 등 곳곳에서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27일 새벽 1시50분까지 경부선, 경인선, 경원선, 경의중앙선 등 4개 노선에 임시전철을 총 4회 추가 운행하기도 했다.
노동당국과 경찰은 즉각 사고 경위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작업중지 조치를 하며 신속하고 엄정한 감독·수사를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50여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22분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2부시장) 지시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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