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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증거 보전 불발… 해체수준 개혁 내몰린 ‘무능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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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안승진·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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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후 최대 위기 봉착

‘참정권 침해’ 총체적 부실 확인
잠실7동 투표함 증거 보전 불발
전면 개혁 요구 목소리 빗발쳐
검·경 합수본 강제수사 초읽기

대한민국 선거와 국민투표를 관장하는 헌법기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63년 창립 이후 최대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국민참정권 침해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중앙선관위의 총체적 부실 대응에 의한 참사란 점이 드러나며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공식 회의 없이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임의로 축소한 데다, 투표용지 부족에 대비한 최소한의 매뉴얼 작성이나 예비 인력 배치도 전무했다. 선거 당일에는 투표용지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곧바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태를 키웠다.

10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뉴시스
10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뉴시스

서울 일부 지역의 한정된 문제로 발표됐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전국 단위 파행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는 10일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선거 부실관리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조만간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제기한 투표용지 증거보전 신청에 따라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이날 투표소 봉쇄시위가 벌어진 서울 잠실7동 제2투표소 아파트 노인정 건물을 찾아 증거물 확보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투표소 내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 상자, 지난 3~5일 송파구 10개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장면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향후 선거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투표용지 보관 상자는 현장에서 찾지 못했다. 선관위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관상자 등을 가져갔다고 노인정 측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장면 CCTV 영상은 선관위와 협의해 확보할 예정이다.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시위는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부실선거에 분노한 청년층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지지자, 정치인, 유튜버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위의 방향이 모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성향이 다른 지지자 간 갈등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1차 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중앙선관위 과천청사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제1차 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며 “주권자의 준엄한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해체 수준의 근본적인 개혁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독립 헌법기관이라는 지위가 면피를 위한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하고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도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켜 이날 경기 과천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19일까지 열흘간 활동하고, 투표용지 인쇄·배정 등 수급 관리 전반과 투표소 조치, 보고체계의 적정성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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