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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MOU의 함의…북미 협상도 ‘핵 동결-경제협력’ 맞교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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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기자 tae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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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종전 합의에 도달한 가운데, 양해각서(MOU) 초안이 향후 북·미 협상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MOU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계획과 동결자금 일부 해제, 대이란 프라이머리(1차)·세컨더리(2차) 제재 해제 논의가 향후 최종 핵협상의 의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이 14일(현지시간) 공개한 MOU 초안 설명을 통해 알려졌다. 메흐르통신은 이날 이란 협상팀 수석대표의 전략고문인 메흐디 모하마디의 설명을 인용해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MOU 초안 내용을 소개했다. 모하마디는 미국이 최종 핵 합의에 도달할 경우 1차·2차 제재 해제를 논의하고,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 조성과 동결자산 해제 문제를 협상 의제로 다루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는 이란 측이 공개한 초안 설명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최종 문안과 미국 측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호메이니와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담긴 대형 광고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호메이니와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담긴 대형 광고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초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접근법이 과거 미국 행정부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전쟁의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이란의 60% 고농축우라늄 441㎏ 문제 역시 완전 폐기보다는 이란 내부 ‘희석’을 통해 이란 국내에 보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모하마디는 현재 협상의 핵심 쟁점이 60% 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에 집중돼 있으며, 희석된 핵물질 역시 이란 내에 보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과거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모하마디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양국 간 협상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보다 투자와 재건, 경제 개발을 연계한 거래적 접근법에 무게가 실려 있다.

 

◆오바마 JCPOA와 다른 트럼프식 핵합의

 

구체적으로 이번 MOU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핵합의(JCPOA)와도 결이 다르다.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 이하로 제한하고 농축 우라늄 재고를 300㎏ 이하로 줄이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이란은 보유 농축 우라늄 재고 대부분을 국외로 반출하거나 희석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대폭 축소했고, 원심분리기 수도 크게 감축했다. 핵 프로그램 자체를 축소·통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던 셈이다.

 

반면 이번 초안은 투자와 재건 등 경제적 유인책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모하마디는 초안에 포함된 3000억달러 규모 재건 기금이 사실상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디는 문안에 ‘보상’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재건’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으며, 이는 전쟁 과정에서 이란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모하마디의 설명대로라면 트럼프 행정부는 JCPOA 수준의 광범위한 핵 프로그램 제한이나 농축우라늄 국외 반출을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우라늄 농축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옛 미국대사관 건물 입구에 풍자적으로 표현된 자유의 여신상과 미국 국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현재 이 건물은 반미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옛 미국대사관 건물 입구에 풍자적으로 표현된 자유의 여신상과 미국 국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현재 이 건물은 반미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핵 협상에도 적용될까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북·미 협상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북한과 이란은 미국의 강도 높은 금융·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대표적 국가들이다. 두 나라 모두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 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1차·2차 제재 대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외 자산 동결 문제 역시 공유하고 있어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은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비핵화와 함께 경제개발과 투자 유치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부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과 부동산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북한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그곳에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그래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꼭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한 대목도 주목된다. 북핵 문제를 안보 현안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제 개발과 평화 구상을 연결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이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도 존재한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지만 북한은 이미 NPT를 탈퇴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따라서 향후 북·미 협상에서는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와 별개로 협상의 출발점이 될 ‘핵 동결선’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모델과 ‘북한 에스크로 계좌’

 

특히 이번 미·이란 협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동결자금 활용 방식이다. 현재 카타르 등에 예치된 이란 동결자산은 향후 협상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모하마디는 이란 측이 동결자산 일부의 조기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합의 이행 초기 단계에서 자산의 절반가량을 우선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내용이 최종 문안에 반영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2023년 한국에서 카타르로 이전된 이란 동결자금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한국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약 7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이 2019년부터 동결돼 있었으며, 이 중 60억달러는 2023년 카타르로 이전됐다. 당시 미국은 이 자금이 의약품과 식량 등 인도주의적 목적에 한해서만 사용되도록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에스크로 계좌 형태로 운영된 셈이다.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25년 12월 제안한 ‘신 평화교역시스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정 장관은 북한이 광물·희토류 등을 수출해 얻은 대금을 국제기구가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한 뒤 식량·의약품 등 민생 목적의 물자 수입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재 완화와 자금 관리 체계를 연계한다는 점에서 카타르의 이란 동결자금 관리 모델과 유사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미·이란 협상 과정은 한국의 역할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전쟁과 협상 국면에서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 채널이자 동결자금 관리 창구 역할을 했다.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 역시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비핵화 또는 핵 동결에 따른 경제협력 방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에스크로 계좌 운영이나 경제협력 자금 관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가 미·이란 협상에서 중재 채널이자 자금 관리 창구 역할을 했던 것처럼, 한국 역시 향후 북·미 협상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모하마디는 최종 합의가 도출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합의 이행을 보증하는 방안도 초안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핵 동결과 제재 완화, 경제협력 약속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보증 장치를 마련하는 개념이다. 향후 북핵 협상에서도 합의 이행을 둘러싼 상호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이번 미·이란 MOU 초안은 트럼프 대통령식 협상이 핵 문제를 투자와 재건, 경제 개발을 연계해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북·미 협상 역시 ‘비핵화’라는 원칙적 목표를 유지하되 실제 협상에서는 핵 동결과 경제 협력을 맞교환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MOU가 향후 북·미 협상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참고 사례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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