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한국이 패한 것은 정치·군사·기술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대서양 동맹’으로 불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북극 안보가 지목된다. 캐나다와 독일·노르웨이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오랜 기간 연합훈련을 포함한 군사협력을 지속해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와의 인도태평양 협력은 앞으로 만들어가는 일이지만, 대서양 동맹 관계는 70년간 작동된 현실의 문제로서 승조원 공유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훈련이 일상화돼 있다”며 “(캐나다가) 전략적 고민 끝에 결국은 기존 동맹 강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북극과 가까운 3국은 2024년 7월 해양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3국 입장에서 북극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요 사안이다. 이같은 지정학적 특성은 독일 TKMS가 제안하는 212CD 잠수함이 빙산 아래로의 잠항 능력, 극한의 저온과 해수 부식에 대한 저항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북극해에서의 해상작전을 중시하는 캐나다로선 212CD의 성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외에는 수출 실적이 없는 한화오션과 달리 TKMS는 나토 6개 회원국을 포함, 20개 국가에 잠수함 160여척을 인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는 앞서 영국산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중고로 도입했는데, 도입 과정에서 품질 불량과 정비 등의 문제가 속출했다. 영국은 캐나다에 잠수함을 판매한 뒤 핵추진잠수함만 사용했다. 같은 종류의 잠수함을 운용하는 다른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가동률 저하 등의 문제를 겪었다. TKMS의 수출 실적과 독일·노르웨이 공동 도입은 빅토리아급 잠수함에서 겪었던 문제가 재발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TKMS는 나토 잠수함 함대의 약 70%를 공급하면서 동맹국의 훈련, 병참 및 작전 개념을 잠수함에 통합하는 것에 대한 경험을 수십 년간 축적해왔다. 나토와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면서 캐나다 해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한국 측도 이번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가 있다는 평가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번 수주전이 한국 잠수함 역량의 ‘쇼케이스’도 됐다”며 “국산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횡단하며 1만4000㎞를 항해한 것은 향후 사업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대등하게 경쟁함으로써 K방산의 역량을 캐나다에 각인, 향후 캐나다군 전력증강사업에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존중한다며 “과거 독일로부터 잠수함 기술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잠수함 원조국과 성능과 납기 등 모든 기술능력 면에서 대등하게 경쟁했다는 점은 우리 방산 기술력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안보동맹 중시 블록화와 자국 무기 우선주의는 방산 시장의 상수가 되었다”며 “이를 극복하는 길은 블록을 뛰어넘을 정도의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획기적인 현지화를 통해 주류 시장 진입의 틈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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