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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두 채 날린 김보성, 그냥 뒀으면 500억원 잭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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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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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위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초라한 성적표로 돌아오기까지, 의리의 이름으로 감당해야 했던 뼈아픈 현실과 60대 액션 스타의 쓸쓸한 고백

스크린 속에서 수십 명의 적을 한 번에 제압하던 액션 스타 김보성이 주식으로 500억원이라는 거금을 허무하게 날렸다. 화려한 액션 영웅이 강남 아파트 두 채를 고스란히 잃고 계좌의 마이너스 수익률 앞에 무릎 꿇기까지,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중이 기억하는 ‘의리의 아이콘’은 이제 투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 평범한 생활인의 고독한 성적표를 마주하고 있다.

화려한 액션 스타의 이면, 이제는 그 무게감을 온전히 짊어진 생활인 김보성. 세계일보 자료사진
화려한 액션 스타의 이면, 이제는 그 무게감을 온전히 짊어진 생활인 김보성.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가 투자를 시작한 동기는 단순한 사익 추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소아암 환아와 희귀 난치병 아이들을 위해 더 크게 기부하고 싶었던 마음이 투자의 시발점이었다. 2014년 남자 연예인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을 만큼 나눔에 진심이었던 그는 투자를 통해 기부 규모를 키우고자 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은 인간적인 의리나 도덕적 명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수익이 나던 종목을 매도하고 다른 종목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선택의 오류를 범했고, 결국 30분의 1토막이라는 참담한 수익률을 마주했다.

 

그가 보유했던 우량주를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현재 500억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보성은 과거 방송에서 수익률 -95%를 기록한 계좌를 공개하며 끝까지 의리를 지키려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그가 말한 의리는 자본의 수익 논리조차 저버리게 만든, 종목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이자 고집이었다. 30만원대였던 주식이 10원 단위까지 하락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못한 그의 태도는, 투자가 냉철한 데이터의 산물임을 망각한 결과였다. 이는 연기 인생에서 보여준 마초적 영웅주의가 현실의 경제 논리와 충돌하며 빚어낸 뼈아픈 기회비용이다.

 

조영구 등 절친한 동료들 역시 과거 그가 의리를 내세워 추천한 주식 정보로 인해 금전적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개인의 선택임을 존중하며 앙금을 해소한 사례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의리를 앞세워 주식을 권유했던 동료들에게 직접 연락해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이는 그가 왜 영웅이 아닌 생활인으로 돌아왔는지를 증명하는 또 다른 의리의 방식이 되었다.

자신의 선택이 남긴 상흔을 마주하고 사과를 건네는 과정은, 그가 쌓아온 의리의 새로운 정의였다. KBS2 ‘말자쇼’
자신의 선택이 남긴 상흔을 마주하고 사과를 건네는 과정은, 그가 쌓아온 의리의 새로운 정의였다. KBS2 ‘말자쇼’

주목할 점은 실패 이후 그가 취하는 태도다. 전 재산을 날릴 위기 속에서도 김보성은 실패를 은폐하거나 타인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를 숨기지 않는 솔직함은 예능 프로그램 ‘말자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화 연결된 아내 박지윤씨의 위로는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지켜야 할 일상의 가치를 상기시켰다.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해봐야 고통만 더할 뿐이라는 아내의 단호한 철학은, 실패한 가장이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그가 지탱해온 것은 타인을 향한 묵묵한 온기였다. 연합뉴스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그가 지탱해온 것은 타인을 향한 묵묵한 온기였다. 연합뉴스

김보성의 인생은 결핍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 싸움으로 얻은 시각장애와 그로 인한 병역 면제, 영화 제작 실패와 생활고 등 숱한 좌절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 순간 자신의 결핍을 타인을 돕는 나눔의 동력으로 치환하려 노력했다. 2021년 본명인 허석과 예명인 김보성을 합쳐 ‘허석김보성’으로 개명한 것은,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찾아와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거액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운동을 하고 몸을 돌보며 가장으로서의 일상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수행하고 있다. 패배의 자괴감에 함몰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루틴이 그를 지탱하는 힘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출을 받아 성금을 내고, 코로나19 시기 직접 트럭을 몰고 마스크를 전달하는 등의 행보는 그가 말하는 의리가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방증한다.

500억원의 숫자보다 더 묵직한 것은, 실패를 딛고 내일의 일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00억원의 숫자보다 더 묵직한 것은, 실패를 딛고 내일의 일상을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결국 김보성의 이번 실패는 돈의 무게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500억원이라는 수치가 주는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만, 실패를 딛고 자신의 일상을 지키려 노력하는 한 인간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투자의 세계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패배 이후의 삶을 담담하게 지속하는 일이다. 실패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일상이라는 루틴을 견뎌내는 성실함에서 나온다. 김보성은 영웅 서사가 아닌 실패 서사를 통해 대중과 접점을 찾았으며, 이는 그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자신의 삶을 직시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자본의 논리와 삶의 진정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 시대 평범한 생활인들에게, 그의 이번 고백은 정답 없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숙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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