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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아 준비하려 했는데”… 아기 버린 20대, 임신 아무도 몰랐다 [방청석 1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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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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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화장실에서 출산 후 휴지로 덮어
친권 상실 후 아동은 중증장애 시설로
10년 치 사건 77%가 ‘고립된 여성’인데,
정부는 위기 임산부 예산 17% 삭감

20대 여성 김모씨가 하늘색 수용자복을 입고 서울중앙지법 한 법정의 피고인석에 섰다. 앳된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쓴 김씨는 고개를 돌려 방청석의 부모와 눈을 맞췄다. 어깨를 살짝 넘긴 머리카락은 염색한 지 오래돼 절반은 노란색, 절반은 본래의 검은색이었다.

 

김씨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올 4월 직장이 있는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했다. 아기를 쓰레기통에 넣고 그 위를 휴지로 덮었는데, 직장 동료가 이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이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된 가상 연출 컷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사진=구글 gemini 생성 이미지
이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된 가상 연출 컷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사진=구글 gemini 생성 이미지

김씨는 출산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산통을 느껴 화장실에 간 것이 아니라, 용변으로 인한 복통이라 생각하고 화장실에 갔다는 것이다. 또한 유기를 목적으로 고의로 쓰레기통에 숨긴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패닉’ 상태에서 한 행동이라고 했다. 김씨 변호인은 “예정일이 한 달 남아 월급을 받아 천천히 준비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임신 기간은 280일이다. 그러나 임신 사실을 김씨 외엔 아무도 몰랐다. 검사는 아기를 발견한 직장 동료를, 김씨 변호인은 김씨의 부친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씨 부친은 김씨의 친권 상실 이후 아기가 시설에 입소하기까지 임시후견인을 맡았다.

 

재판에는 피해자인 아기의 변호사도 출석했다. 피해자 변호사는 “아동은 자가로 호흡할 수 있는 상태고 중증장애 유아시설로 입소가 결정됐다”며 “친권 상실로 인한 후견신청이 이뤄질 건데 후견인은 시설장으로 하게 돼 있어 그렇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기를 치료하고 지원하기 위해 직권으로 친권행사 정지를 신청하고, 출생신고, 미성년후견인 선정 요청 등을 진행했다.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아동학대범죄 피해 신생아의 생명과 인권보호”를 실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연합뉴스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중년의 부모는 재판이 끝나고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돌아가는 딸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내달 19일 재판을 이어서 진행한다.

 

본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벌어진 국내 영아유기·영아살해 판결문을 통해 사건 177건을 들여다본 결과 피고인 대부분은 홀로 고립돼 비이성적 상태로 ‘일단의 상황 종료’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은 ‘여성 혼자(77%)’였고 안전한 병원보다는 본인의 집(34%)이나 공용화장실·숙박시설(19%)에서 출산 후 범행을 저질렀다.

 

정부는 위기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낳고 지원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2024년 ‘보호출산제’를 도입했다. 올해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 사업 예산은 38억원으로 지난해 예산(46억900만원)보다 17.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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