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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다 돈”… 취업 청년 절반은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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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나 인턴기자 sonyu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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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부터 취직 후 목돈 모으기까지…부모는 경제적·정서적 든든한 버팀목
구직자 74%, ‘취업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
경제적 독립 이룬 청년 50.2%, 부모와 동거 중

경제적으로 독립한 청년 2명 가운데 1명은 부모와 동거 중인 ‘캥거루족’의 삶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했는데도 부모 집에서 떠나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집 나가면 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계산과 가파른 주거비 상승 등이 청년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 후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는 ‘캥거루족’이 청년층의 보편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취업 후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는 ‘캥거루족’이 청년층의 보편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나가면 다 돈”…부모로부터 떠나기 어려운 자녀

 

경기도 남양주에서 서울 서초구로 출퇴근하는 한모(26)씨는 직장 생활 7년 차지만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편도 1시간 안팎이면 이동할 수 있는 데다 독립하면 부담해야 할 주거비와 생활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씨는 “같은 이유로 재작년에 취직한 동생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며 “사회초년생이지만 덕분에 저축도 하고 여행이나 운동 등 자기계발에 집중하기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서울 집은 좁고 비싸다. 주변 친구들도 경기 수원이나 동탄 등 외곽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와 치안 불안 등도 청년들을 집에서 묶어두는 요인이다. 취업한 뒤에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모(25)씨는 “집 구할 때 돈도 문제지만 ‘전세사기’ 걱정도 되고 혼자 지내기 무서운 것도 있다”며 “가족과 함께 있는 게 심심하지 않고 좋다”고 털어놓았다. 

 

독립 계획에 대해 묻자 한씨와 이씨 모두 “당장 계획은 없다”며 “결혼한 후에 부모와 따로 살겠다”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뒤에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자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경제적으로 독립한 뒤에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자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월세 아끼고 목돈 모으자…구직자들의 현실적 계획

 

지난 7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615명 중 44%(709명)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동거 중인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독립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소득·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이 37%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취업준비 집중(10%)’, ‘심리적 안정(4%)’, ‘기타(1%)’ 순이었다. 

 

구직자 가운데 74%는 취업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했다. 구체적으로 ‘소득이 생겨도 계속 같이 살고 싶다’는 42%, ‘목돈을 마련할 때까지만 함께 살고 싶다’는 32%가 답했다. 반면 ‘소득이 생기면 바로 독립하고 싶다’는 15%, ‘아직 잘 모르겠다’는 11%에 머물렀다. 

 

이들이 부모와의 동거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주거·생활비 절약’이 61%로 경제적 이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어 ‘심리적 안정감(12%)’, ‘가족과 보내는 시간(11%)’이 뒤를 이어 이씨처럼 가족과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식사·청소 등 생활 지원(6%)’, ‘취업준비 및 자기계발 집중(5%)’, ‘저축·목돈 마련 가능(5%)’ 순으로 집계됐다. 

 

진학사 캐치 김정현 본부장은 “취업준비 과정에서 부모는 청년에게 경제적·생활적 지원자이면서 진로와 고민을 나누는 가장 가까운 정서적 지원자의 역할도 하고 있다”며 “취업이나 소득 발생만으로 곧바로 독립하기보다, 부모와의 동거를 통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취업준비와 사회 진입을 이어가려는 청년의 인식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과거보다 새로운 관계 형성에 부담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청년층이 늘었다”며 “이에 따라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독립 시기도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진은 청년층의 경제적·주거 독립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분석 과정에서 경제적 독립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주거 독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공통으로 파악됐다”고 짚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진은 청년층의 경제적·주거 독립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분석 과정에서 경제적 독립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주거 독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공통으로 파악됐다”고 짚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취업자들 현황…선(先) 경제적 독립, 후(後) 주거 독립

 

구직자들의 이 같은 답변은 실제 취업자 대상 조사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2024년 기준 경제적으로 독립한 청년의 절반은 부모와 동거하고 있었다. 지난 3일 한국고용정보원은 ‘고용동향브리프 2026년 제5호: 청년의 경제적 독립과 주거 독립 현황 및 독립 유형별 특성 분석’을 발간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조사 ‘2021 코호트’를 활용해 청년층의 경제적·주거 독립 현황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2021년 기준 만19∼28세 청년 1만2000명으로 2024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이때 ‘경제적 독립’은 취업을 완료해 부모 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 상태를, ‘주거 독립’은 부모와 동거하지 않고 독립된 생활공간에서 거주하는 상태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 2024년 경제적 독립을 이룬 청년은 75.4%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청년은 30.4%였다. 특히 2021년 ‘경제적 독립·부모 동거’ 상태였던 청년의 70.6%는 2024년에도 같은 생활 형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세계일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제적 독립을 이뤘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은 50.2%로 비교군 중 가장 높았다. 경제와 주거 독립을 모두 이룬 청년은 25.2%를 차지했다. 또한 ‘경제적 비독립·부모 동거’ 청년은 19.4%, ‘경제적 비독립·주거 독립’ 청년은 5.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이 반드시 주거 독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다”며 “분석 과정에서 경제적 독립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주거 독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공통으로 파악됐다”고 짚었다. 

 

◆ 전문가들이 짚은 ‘캥거루족’ 원인과 제언

 

캥거루족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고물가에 주거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다. 저출산 등으로 인해 자녀 양육과 돌봄 구조가 변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교수는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할 만큼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자녀 수가 줄어 집에 남아있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양육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졌으며, 노후 돌봄 비용 증가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가구 구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진은 “경제적 독립과 주거 독립이 별개로 이루어지는 만큼 청년 자립정책도 이를 분리해 접근하기보다 청년의 독립 단계와 유형을 고려한 연계 지원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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