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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골프장 보냈더니 1660억 벌었다”…세계 1위 셰플러 키운 ‘부모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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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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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뒷바라지 속 골프에 빠져든 스코티 셰플러
PGA 투어 21승·세계 1위…마스터스·올림픽까지 제패

여덟 살 소년에게는 그저 신나는 놀이터였다.

 

학교가 끝나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로열 오크스 컨트리클럽으로 향했다. 공을 치고 또 쳤다. 하루 종일 그곳에 있어도 싫증 나지 않았다.

 

소년은 몰랐다.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서 마음껏 공을 칠 수 있게 됐는지.

 

부모가 돈을 빌려 회원권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었다.

 

“몇 년 전에야 알게 됐어요. 부모님이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는 걸요.”

 

부모의 뒷바라지 속에서 골프를 시작했던 스코티 셰플러가 이제는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됐다. PGA 투어 우승 트로피에 둘째 아들을 앉힌 채 기념촬영을 하는 셰플러. 스코티 셰플러 SNS 캡처
부모의 뒷바라지 속에서 골프를 시작했던 스코티 셰플러가 이제는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됐다. PGA 투어 우승 트로피에 둘째 아들을 앉힌 채 기념촬영을 하는 셰플러. 스코티 셰플러 SNS 캡처

 

하루 종일 공을 치던 소년은 지금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선수가 됐다. 스코티 셰플러(30·미국)다.

 

우승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스코티 셰플러. 스코티 셰플러 SNS 캡처
우승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스코티 셰플러. 스코티 셰플러 SNS 캡처

 

“제가 시킨 게 아니라 아들이 원했죠”

 

셰플러는 1996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세 살 무렵 부모에게 플라스틱 골프채와 공을 선물받으며 일찌감치 골프에 빠졌다.

 

가족은 그가 여섯 살이던 무렵 텍사스주 댈러스로 옮겼다. 어머니 다이앤은 로펌에서 운영책임자로 일했고, 아버지 스콧은 셰플러와 세 딸을 돌보는 전업주부 역할을 맡았다.

 

골프에 푹 빠진 아들이 마음껏 공을 칠 공간이 필요했다. 부모가 찾은 로열 오크스의 가입비는 만만치 않았다.

 

부모는 결국 대출을 받아 가입비를 마련했다.

 

셰플러는 이런 사정을 몰랐다. 프로가 되고 한참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부모의 선택을 “엄청난 희생”이라고 표현했다.

 

로열 오크스에서 평생의 스승도 만났다. 여러 프로골퍼를 길러낸 지도자 랜디 스미스였다. 어린 셰플러를 본 스미스는 아버지에게 누가 아이를 몰아붙이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아들에게 골프를 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들이 나를 끌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때 시작된 인연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세계 1위가 된 지금도 스미스는 셰플러의 스승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재능은 빠르게 드러났다.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부모는 아들의 성적에 집착하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몇 타 쳤니?”라고 먼저 묻지 않는 것.

 

셰플러가 경기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스스로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캐묻지 않았다.

 

빚까지 내며 뒷바라지했지만, 부모에게는 몇 타를 줄였느냐보다 아들이 좋은 학생, 좋은 사람으로 자라는 일이 더 중요했다.

 

스승의 가르침도 닮아 있었다. 스미스는 승부욕이 강한 셰플러에게 좋은 결과에 들뜨지도, 나쁜 결과에 무너지지도 않는 법을 가르쳤다.

 

그렇게 자란 셰플러에게는 ‘올드 소울(old soul·애늙은이)’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늦게 열린 우승문, 파리에서는 금빛으로

 

2018년 프로로 전향한 뒤 PGA 투어 첫 우승까지는 71번의 대회가 필요했다. 기다림이 끝난 건 2022년 2월 WM 피닉스 오픈이었다.

 

이후 3승을 더 쓸어 담았다. 첫 승을 거둔 지 불과 42일 만에 세계 1위에 올랐고, 56일 만에는 메이저 대회까지 제패했다.

 

2년 뒤 다시 마스터스 정상에 섰다. 마지막 퍼트를 마친 셰플러는 부모를 힘껏 끌어안았다.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첫날 티오프를 준비하는 셰플러. 김리원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첫날 티오프를 준비하는 셰플러. 김리원 기자

 

그해 여름에는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파리 대회장의 분위기는 평소 PGA 투어와 사뭇 달랐다. 유럽 관중들은 미국의 셰플러를 향해 짓궂은 야유와 외침을 쏟아냈다.

 

선두에 4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셰플러는 코스레코드 타이인 62타를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었다.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건 스코티 셰플러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리원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건 스코티 셰플러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리원 기자

 

늘 무덤덤한 표정으로 필드를 누비던 셰플러도 그날만큼은 달랐다. 시상대에서 성조기가 올라가고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눈물을 쏟아냈다. 우승이 주는 기쁨은 2분이면 끝난다던 그였다. 하지만 조국을 대표해 목에 건 금메달의 무게는 달랐다.

 

“국기가 올라가고 국가를 부르던 그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셰플러가 아들 베넷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인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셰플러가 아들 베넷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20년 전 ‘놀이터’로 돌아가는 세계 1위

 

셰플러의 질주는 계속됐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과 디 오픈을 잇달아 제패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US 오픈 하나만을 남겨뒀다.

 

지난 17일에는 시즌 최강자를 가리는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위 김시우를 8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 통산 21승째.

 

상금 기록에서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24일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셰플러의 PGA 투어 통산 상금은 약 1억2039만달러(약 1665억원). 역대 1위 우즈와의 격차는 60만달러대로 좁혀졌다.

 

셰플러는 지금도 댈러스에 돌아오면 로열 오크스를 찾는다.

 

부모가 빚까지 내 마련해준 ‘놀이터’. 그곳에서 공을 치던 소년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 1665억원을 번 세계 1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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