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많아 암표 값도 10만원 이상
28일 암표 방지법 시행되나 영화 제외
업계 “암표 기준 구체화, 풍선 효과 경계”
“‘당근’으로 샀죠. 아예 자리가 없으니 그냥 처음부터 리셀표를 고려했어요.”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IMAX)관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막 관람하고 나온 40대 직장인 전모씨는 21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광속’ 매진되는 표 티케팅을 시도하는 대신 조금 웃돈을 주더라도 마음 편하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리셀표를 구매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했다. 2장에 7만원을 줬다고 말한 전씨는 “그 정도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영화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씨의 다음 순번 상영을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홍현석(21)씨는 이날이 ‘2회차’라고 했다. 홍씨는 “CGV가 아이맥스관 예매를 열면 알려주는 대화방이 있다. 알람에 맞춰 시도하면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직업적인 암표상만 아니라면 리셀 자체는 허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한 전씨와 달리 홍씨는 “법적으로 규제가 안 된다고 들었는데, 없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CGV 측도 공지를 띄워놨지만, 실효성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평일도 새벽도 용아맥은 매진…10만원 넘는 암표 부지기수
영화 오디세이의 ‘용아맥’ 열풍이 가시질 않는 가운데 암표 ‘광풍’도 따라 불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 20일 오디세이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의 오는 30일까지의 예매분(4주차)을 열었다. 매진은 순식간이었다. 오디세이의 국내 배급을 맡고 있는 유니버셜 픽쳐스 측에 따르면 접속 대기 인원만 4만명이 넘었고, 예상 대기시간은 1시간에 달했다. 대화방 알림을 듣고 서둘러 접속한 홍씨가 본 대기 인원도 6000명에 달했다. 예매 열풍의 결과 ‘용아맥’ 표는 현재 사실상 완판됐다. 매진은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자정을 넘긴 새벽부터 해가 막 떴을 오전 6시쯤 표까지 장애인좌석을 제외하면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디세이는 21일 기준 국내 누적 관객수 600만을 넘겼는데, 특히 용아맥으로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화면비 때문이다. 놀란 감독이 풀 아이맥스 70㎜ 필름으로 촬영한 오디세이를 온전한 1.43대1 화면비로 볼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선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기 위해 아이맥스관을 찾는 수요가 뚜렷했는데, 영화에 개봉 초기부터 호평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더 폭발적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문제는 매진 행렬이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수요가 폭증하니 암표상의 시선도 ‘용아맥’에 쏠리고 있다. 빠르게 매진된 표는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리셀(재판매)표’로 발견된다. 정가 2만원대였던 표의 재판매가로 10만원 이상을 부르는 것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열풍이 가장 뜨거웠을 땐 30만원 이상을 부르는 이도 있었다. 매진도, 암표 판매 규모도 영화계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CGV 관계자는 “그전에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아이맥스관에서 보는 게 좋다는 인식이 있었고, ‘듄’ 등 블록버스터 작품 때도 수요가 있었지만 이번 오디세이의 파급력이 가장 큰 것 같다. 오픈된 용아맥 좌석은 장애인석을 제외하면 거의 매진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28일부터 암표방지법, 영화 제외…영진위 실태조사 시작
최근 국내 문화 산업에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암표가 극성이다. 국회도서관이 펴낸 ‘데이터앤로(Data&Law)’에 실린 ‘데이터로 보는 암표 매매’를 살펴보면 프로스포츠의 경우 지난해 암표매매 전체 신고현황이 4만1239건에 달했는데, 이는 1년 전(2만1442건)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다만 유효신고는 2585건(조치완료 2509건)에 불과했다. 공연예술 암표매매 전체 신고 건수도 같은 기간 1649건 발생했는데 유효 신고건수가 143건, 그중 조치완료는 82건에 불과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에 수십 배 웃돈이 붙거나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도 수백만 원 이상으로 웃돈이 붙는 사례가 발견된다.
정부는 일단 암표 거래에 ‘칼’을 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핵심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 목적의 부정 구매와 웃돈을 얹은 판매를 폭넓게 금지하는 데 있다. 개인 간 거래여도 정가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되팔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과징금은 최대 50배가 부과되고, 신고자에게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다만 논의가 진행되는 공연∙스포츠와 달리 영화의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암표 판매라면 ‘경범죄 처벌법’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지만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부과하는 게 전부다. 온라인 암표 판매는 현재까지도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극장들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고발해야 하나 현실에서 적용하긴 쉽지 않다.
정부는 일단 ‘오디세이 사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시작한 상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아이맥스관을 중심으로 암표 제보 접수를 시작했다. 매크로를 이용한 대량 예매나 웃돈 거래 정황을 파악해 실태를 조사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영화관 특수상영관을 중심으로 별도의 규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지 기준 모호할 수 있어…구체적 판단 기준 필요”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준이 다소 모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암표 억제라는 방향성엔 공감하지만,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기준과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은 “소비자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표를 개인 사유로 판매할 수도 있고, 구매에 따른 수수료 등 비용도 기준에 고려해야 한다. 암표 거래를 판단하는 기준에 모호한 지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 사무국장은 “현재 관련해 규제개혁위원회를 한 차례 진행했고, 권고사항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단순 국내 플랫폼 규제만으론 해외 업체나 SNS 등으로 암표 거래 공간만 바뀌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사무국장은 “업계도 매크로를 사용하는 악의적인 암표 판매자들에 대한 차단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만들어진 권고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ICC](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20/128/20260820523165.jpg
)
![[기자가만난세상] 쪼갰는데 더 커진 당국의 예산 권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7/17/128/20250717520228.jpg
)
![[삶과문화] ‘손맛’이 ‘에이스’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364.jpg
)
![[박일호의미술여행] 말을 걸어오는 색 면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20/128/20260820518833.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