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정률 65%… 트럼프 “감사해요”
2025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줄곧 사법부와 충돌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처럼 연방법원 결정 덕분에 활짝 웃었다. 위법 논란에 휘말린 백악관 새 연회장 공사를 중단 없이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연회장 공사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민간 단체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소송 상고심 심리가 이뤄지는 동안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공사 중단 명령의 효력을 취소한 것이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연방의회 승인 없는 백악관 구조 변경은 불법”이라며 트럼프 측에 당장 공사를 그만두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트럼프는 2025년 10월 국빈 만찬 등 대규모 행사 개최를 위해 백악관에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호화 연회장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 동쪽에 있던 기존의 오래된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서 연회장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총 4억달러(약 5500억원)가 투입되는 연회장은 현재 65%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자 문화유산 보존을 목표로 하는 민간 단체가 “역사적 건물인 백악관의 훼손을 막아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하자 트럼프는 난데없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국부(國父)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1732∼1799) 장군을 소환했다.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워싱턴이 자신과 함께 완공된 백악관 연회장을 둘러보는 동영상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것이다.
해당 영상에서 트럼프는 워싱턴에게 연회장의 주요 시설을 소개한 뒤 “조지, 이 멋진 복합 군사 시설 겸 연회장에 대한 당신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감사 드려요”라고 밝혔다. 백악관 연회장이 실은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연회장은 적의 공격에 대비해 지하에 방공호, 옥상에 전투용 드론(무인기) 이착륙 시설 등을 두도록 설계됐다. 트럼프가 굳이 ‘복합 군사 시설 겸 연회장’이란 표현을 쓴 이유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취임한 보수 성향 법조인이다. 하지만 트럼프와는 ‘악연’으로 통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가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진보 성향의 법관들을 ‘오바마 판사’라고 부르며 비난하자 “우리 법원에 ‘트럼프 판사’, ‘오바마 판사’ 같은 구분은 없다”며 “법치 수호에 앞장서는 법관들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도 로버츠 대법원장은 종종 진보 성향 대법관들과 뜻을 같이하며 트럼프가 추진 중인 핵심 정책에 위헌 판결을 내리곤 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도입한 이른바 ‘글로벌 관세’를 헌법 위반이라고 봐 무효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때문인지 트럼프는 이번에 연회장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 로버츠 대법원장의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고 공손하게 예의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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