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경우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이 그제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에 불법적인 미군 작전에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행위를 심각하게 경고한다”며 “한국은 미국의 공격적인 정책 때문에 자국의 이익과 명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참전’으로 간주하겠다는 공개 경고다.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파병 얘기는 정말 어렵다. 대외관계는 너무 예민해 백지장 차이로 다른 얘기가 되니 감안해 달라”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란의 압박은 명분이 약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P-8A 해상초계기, 해군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 비전투 자산 파견을 검토 중이다. 이란에 대한 적대적 행위가 아닌 호르무즈해협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란 군사시설 공격과 유조선 보호 및 기뢰 제거 등을 수행하는 것을 어떻게 같은 전쟁 행위로 규정할 수 있나. 오히려 미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지렛대 용도로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부과 및 통항을 제한하고 있는 건 이란 아닌가.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관습법상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서 정당 방위성 대응을 하려는 우리 정부를 협박하는 것은 한국 내 반(反)이란 여론만 고조시킬 뿐이다.
이란이 보복을 위협한다고 필요한 조치를 포기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외교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론분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은 우리 원유수입량의 70% 정도가 통과하는 에너지 안보의 생명선이다. 이곳의 선박 통항이 막히면 에너지 공급 차질로 우리 산업·경제가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의 핵심 국익이 걸린 국제수로의 통항 안전을 미국 등 외국의 손에만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관여는 미국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한·미동맹 신뢰회복 등 국익을 기준으로 군사적 관여 실행 여부를 신속히 결단하기 바란다. 이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반발과 국정 지지율 하락이 두려워 시간을 끌수록 남남갈등의 빌미로 작용하고 미국의 불신만 심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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