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이어도 간 손상 가능… 비만·당뇨병 등 대사질환 함께 관리해야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국내 성인 3명 중 1명꼴로 나타날 만큼 흔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간에 비만·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은 일부 환자에서 간에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간 섬유화가 심해지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방간이 발견됐다면 간에 쌓인 지방의 양뿐 아니라 섬유화 정도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흔한 지방간, 모두 같은 질환 아니다…염증·섬유화 진행 여부가 관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MASLD)’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비만,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이다. 과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으로 불렸지만, 전신적인 대사 이상과의 연관성이 강조되면서 새로운 명칭으로 정의됐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으며, 정상 체중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복부지방이 많거나 혈당·지질대사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질환의 범위도 단순히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 축적에 더해 간에 염증과 간세포 손상이 발생한 경우를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이라고 한다. 대사이상 지방간염이 발생하면 간에 흉터가 쌓이는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
간 섬유화는 일반적으로 F0부터 F4까지 단계로 평가한다. F1은 초기 섬유화, F2는 의미 있는 섬유화, F3은 진행된 섬유화이며 F4는 간경변증에 해당한다. 특히 F2 이상으로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 간경변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김상균 교수는 “모든 지방간 환자가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판단할 때는 지방의 양보다 섬유화 정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간경변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아프지 않다고 안심 금물’…지방간 발견했다면 섬유화 검사해야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위험인자로는 복부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유전적 요인 등이 꼽힌다. 특히 비만과 당뇨병이 함께 있는 경우 단순 지방 축적을 넘어 간의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될 위험이 높아진다.
문제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간에 지방이 많이 쌓여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간 기능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환자가 피로감이나 전신적인 불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지방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증상이 없더라도 간 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방간이 발견되면 간의 섬유화 정도를 평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이 확인되고 비만이나 당뇨병 등 대사 위험인자가 있다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혈액검사를 활용한 ‘FIB-4 score’와 간의 탄성도를 측정하는 ‘Fibroscan’ 등 비침습적 검사를 통해 간 섬유화 위험도를 평가한다. 검사에서 진행된 간 섬유화가 의심될 경우에는 간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 체중 5~10% 줄이고 혈당·혈압 관리…고위험군은 약물치료도
치료의 기본은 식이 조절과 운동, 체중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있는 경우 체중을 5~10% 줄이면 간의 지방과 염증, 섬유화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있다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염증과 섬유화가 동반된 고위험 환자의 경우에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약물치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간 자체를 대상으로 승인된 치료제가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간의 염증과 섬유화에 영향을 주는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제품명 위고비)도 2025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대사이상 지방간염과 F2~F3 수준의 중등도 이상 섬유화를 가진 환자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았다.
비만을 치료하면 체중 감소뿐 아니라 혈당과 심혈관 위험 개선과 함께 간의 지방과 염증이 줄어들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섬유화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간경변으로 진행된 지방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약물치료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하나의 대사질환 스펙트럼으로 보고 함께 치료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다만 위고비가 모든 지방간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며, 현재 승인 대상도 F2~F3 지방간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초음파를 이용해 간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2D-SWE(Shear-Wave Elastography·횡파탄성영상기법)’를 도입했으며, 피브로스캔(Fibroscan) 등 비침습적 검사를 통해 간의 지방과 섬유화 정도를 함께 평가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신장내과와 협진해 혈당과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을 함께 치료하고 예후를 평가한다.
김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됐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며 “검사를 통해 간 섬유화 위험을 확인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체중과 혈당, 혈압 등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질환의 진행을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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