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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두 마리’ 남기고 끝난 미·중 회담…레드카펫 깔았지만 알맹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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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희원 특파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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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의 11년 만의 워싱턴 국빈 방문은 레드카펫과 전투기 편대 비행, 국빈만찬으로 화려하게 채워졌지만, 정작 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두고는 외신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미가 미·중 전략 경쟁의 방향을 바꿨다기보다는, 당분간 충돌을 피하면서 경쟁을 관리하는 틀을 재확인한 자리에 가깝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일정을 끝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쳤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가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일정을 끝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쳤다. AP연합뉴스

◆무역휴전 2개월 연장…“성과는 판다 두 마리”

 

더 디플로매트는 이번 회담에서 나온 ‘가장 큰 결과물’이 정상회담 나흘 전인 20일 미중 경제 실무협상에서 이미 합의됐던 무역휴전 연장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처음 체결된 이 휴전은 원래 11월 10일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합의로 내년 1월 10일까지로 늘어났다. 매체는 “연장 자체는 예상됐던 결과지만, 기간이 단 두 달에 그친 점은 다소 의외였다”고 짚으며 “그것이 현재 미중 간 취약한 휴전이 낳은 결실의 전부이고, 애틀랜타 동물원으로 보낼 판다 두 마리가 추가됐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외교부도 경제·통상 논의에서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AI·관세는 원론적 수준…“새로운 것은 없다”

 

주목받았던 인공지능(AI) 의제도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당일 아침 소셜미디어에 “초지능이 주요 논의 주제가 될 것이지만 나는 이를 지금 그대로 두고 싶다. 그것이 중국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반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AI 발전이 항상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CBS뉴스에 따르면 회담 종료 후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AI 분야에서 새로운 성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중국과 AI 대화 채널을 구축했는데, 이는 냉전 시절 크렘린과 백악관 사이의 ‘레드 폰’과 비슷한 개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채널을 갖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달쯤 뒤 AI 관련 추가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문제에서도 첨단 반도체와 제조 장비 수출 통제는 이번 협상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엔 강경 발언, 무기판매는 이번에도 동결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상보다 강경한 대립이 드러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고수(adhere)”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이번에도 동결 상태가 유지됐다.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두 차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 차례에 이은 네 번째 대만 무기판매 동결이다. 이에 대해 미국·대만 비즈니스협의회장 루퍼트 해먼드체임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여우를 닭장 안에 들여놓은 셈”이라며 “중국이 자신의 무기판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회담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완전히 지키고 있으며, 대만관계법과 세 개의 공동성명, 여섯 개의 보장을 준수하고 있다. 중국이 이 부분에서 변화를 강요하려 했지만 우리는 언어도 입장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마린원’ 공개…한반도 문제 짧게 언급

 

이날 회담에서는 뜻밖의 장면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지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의 헬기 착륙장까지 시 주석을 안내하며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 내부를 직접 구경시켜준 것이다. AP통신은 군사적 경쟁국인 중국의 최고지도자에게 초강력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전용기까지 공개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상 민감한 자산조차 개인적 친밀감을 과시하는 소재로 활용한 이례적 장면이라고 짚었다.

 

한반도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부차적으로만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두 정상이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나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의전은 진전 아니다”…여야 초당적 비판

 

상원 민주당 의원 21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이 AI·무역·대만·이란전쟁 같은 핵심 현안에서 돌파구를 만들기보다 의전과 겉치레를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대니 러셀은 가디언에 “의전과 형식이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판다는 귀엽지만, 미국이 정말 필요한 건 희토류”라며 “이건 외교가 아니라 ‘디플로테인먼트’”라고 꼬집었다.

 

비판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은퇴를 앞둔 공화당 상원의원 톰 틸리스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재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민주주의 지도자들과는 덜 보내는 트렌드가 걱정된다”면서 “시진핑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가 되는 법을 배우러 온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반대 세력이 어떻게 자신들의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할지 이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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