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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본이 이 정도였나…쓰레기통도 없는데 깨끗한 나고야 거리의 비밀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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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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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쓰레기 비상사태’ 선언…25년간 쓰레기 처리량 45% 줄여
99만7000t이던 연간 처리량, 2024년 54만3000t까지 감소
OECD “생활폐기물 거의 80% 소각”…재활용률보다 ‘발생량 감축’에 방점
버리는 양에 따라 비용 부과…품목별 분리배출도 생활 규칙으로 정착

[나고야=권준영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지난 18일 일본에 들어온 뒤 기자의 하루는 숙소와 경기장을 오가는 일의 연속이었다. 기계체조가 열린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부터 펜싱, 종합격투기(MMA), 테크볼, 야구 경기장까지 ​취재를 위해 나고야 곳곳을 누볐다.

 

그렇게 매일 같은 길을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무심코 길바닥을 내려다보게 됐다. 담배꽁초 하나, 구겨진 영수증 한 장, 마시다 버린 페트병 하나라도 눈에 들어오는지 살폈다. 그런데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거리에 쓰레기가 ‘적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쓰레기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24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베쓰인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차량과 보행자가 오가는 도심 거리지만 눈에 띄는 생활쓰레기는 거의 없었다. 취재 기간 이 일대에서 쓰레기 수거차나 환경미화원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24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베쓰인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차량과 보행자가 오가는 도심 거리지만 눈에 띄는 생활쓰레기는 거의 없었다. 취재 기간 이 일대에서 쓰레기 수거차나 환경미화원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24일 일본 나고야 가나야마역 인근 도로와 보행로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 거리지만 담배꽁초나 페트병 등 눈에 띄는 생활쓰레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24일 일본 나고야 가나야마역 인근 도로와 보행로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 거리지만 담배꽁초나 페트병 등 눈에 띄는 생활쓰레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가나야마역은 한적한 외곽의 역이 아니다. JR도카이와 메이테쓰, 나고야시영 지하철이 만나는 나고야의 대표적인 교통 거점으로, 나고야시에 따르면 가나야마 종합역 이용객은 하루 약 48만명에 달한다. 중부국제공항과도 연결돼 출퇴근·통학객은 물론 관광객도 많이 오간다. 기자가 매일 걸었던 길은 바로 이 가나야마역에서 히가시베쓰인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었다.

 

역 출입구를 나서 횡단보도와 인도를 지나 경기장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담배꽁초나 영수증, 페트병 같은 생활쓰레기는 눈에 띄지 않았다. 기자가 일부러 주변을 살핀 것도 그래서였다. ‘깨끗한 거리’를 찾아간 것이 아니었다. 매일 걷던 평범한 길에서 쓰레기를 찾으려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경기장에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계체조가 열린 레인보우홀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오가면서 관중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순간에도 인도와 경기장 주변에서 눈에 띄는 쓰레기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면 으레 버려진 음료 용기나 포장지 등이 보일 법했지만 그런 모습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더 의아했던 것은 쓰레기통이었다. 거리는 깨끗한데 정작 쓰레기를 버릴 공간을 못 찾았다. 나고야역과 가나야마역 내부를 10분가량 둘러봤지만 일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수거함을 찾기 어려웠다. 개찰구 주변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기자 역시 카페에서 산 커피를 다 마신 뒤 빈 용기를 손에 든 채 다음 취재 장소로 향해야 했다.

 

나고야역 인근 익스프레스웨이 쪽 흡연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반 쓰레기를 함께 버릴 수 있는 수거함은 없었고, 담배꽁초만 넣을 수 있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은데도 흡연장 주변에 쓰레기가 쌓인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25일 자정 무렵 다시 찾은 일본 나고야 가나야마역 인근 거리에는 낮에는 보이지 않던 담배꽁초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밤거리에서 낮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작은 쓰레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25일 자정 무렵 다시 찾은 일본 나고야 가나야마역 인근 거리에는 낮에는 보이지 않던 담배꽁초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밤거리에서 낮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작은 쓰레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고야=권준영 기자

다만 밤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퇴근길이 이어지던 자정 무렵 가나야마역 인근을 다시 지났을 때는 길 한쪽에서 담배꽁초 몇 개가 눈에 띄었다. 낮 동안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던 쓰레기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든 시간대에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풍경을 이해할 실마리는 일본의 폐기물 통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5년 일본 환경성과평가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21년 기준 약 330㎏으로 OECD 평균 531㎏의 약 62%에 그쳤다. 반면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20%로 OECD 평균 24%보다 낮았다. 일본의 거리가 깨끗한 현상을 재활용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본은 매립 공간이 제한적인 가운데 생활폐기물의 거의 80%를 소각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핵심은 버려진 쓰레기를 어떻게 재활용하느냐에만 있지 않았다. 애초에 배출량 자체를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도 배출 단계부터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OECD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기준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67%가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에 양에 따른 요금제를 적용했다. 버리는 양이 많을수록 비용 부담도 커지는 방식이다.

 

이런 흐름은 나고야에서도 일찍부터 나타났다. 1990년대 나고야의 쓰레기 처리량은 계속 늘어 1998년 연간 99만7000t까지 치솟았다. 소각과 매립 처리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매립지를 확보해야 했고, 나고야 남부 후지마에갯벌을 다음 매립지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추진됐다. 그러나 후지마에갯벌이 철새들의 중요한 도래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립 반대 여론이 커졌고, 나고야시는 1999년 1월 매립 계획을 중단했다.

 

매립 계획을 멈춘다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나고야시는 결국 1999년 2월 18일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년 안에 쓰레기 처리량을 20%, 20만t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플라스틱·종이 용기 포장류를 새로운 자원으로 분리 수거하고 지정봉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을 분리하는 정책을 잇달아 강화했다.

 

목표는 실제 쓰레기 처리량 감소로 이어졌다. 1998년 99만7000t이던 쓰레기 처리량은 2000회계연도 76만5000t으로 줄어 목표를 달성했고, 2024회계연도에는 54만3000t까지 감소했다. 25년여 만에 연간 쓰레기 처리량이 45만4000t 줄어든 것으로, 1998년과 비교하면 약 45% 감소한 규모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처리는 행정만의 일이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지켜야 하는 생활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나고야시는 페트병·빈병·빈캔·종이류 등 품목별로 배출 방법과 수거 시기를 나누고, 일반 쓰레기와 자원을 구분해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1999년 ‘쓰레기 비상사태’를 계기로 강화된 분리배출 체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한일전으로 많은 관중이 오간 경기장 주변에서도 버려진 페트병이나 담배꽁초 등 눈에 띄는 생활쓰레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요하시=권준영 기자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한일전으로 많은 관중이 오간 경기장 주변에서도 버려진 페트병이나 담배꽁초 등 눈에 띄는 생활쓰레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요하시=권준영 기자

학교에서의 환경교육도 생활 속 실천을 만드는 한 축이었다. 일본 환경성이 2020년 실시한 환경교육 관련 조사에서는 29세 이하 응답자의 85%가 환경·사회 문제를 학교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쓰레기 분리와 재활용을 일상적으로 실천한다는 응답도 45%였고, ‘가능할 때 한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항목에 따라 50~80%에 달했다.

 

거리에서 마주한 깨끗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풍경이 아니었다. 쓰레기통이 많아서 거리가 깨끗한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고 정해진 방식으로 배출하는 일이 오랜 시간 생활 속 규칙으로 자리 잡은 결과에 가까웠다.

 

1999년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언했던 나고야는 25년여 뒤 아시안게임 개최 도시가 됐다. 기자가 매일 걸었던 거리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쓰레기통의 숫자가 아니었다. 25년 전 쓰레기 문제에 직면했던 도시가 쓰레기를 줄이고, 나누고, 버리는 방식을 바꿔온 시간이 지금의 거리 풍경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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