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해방군, 휴머노이드 입찰·예산 편성
건물 층별 적 소탕 도시전 시나리오 제시
노린코, 원격 조종 특수로봇 ‘푸시’ 공개도
전장 노하우로 추격 나선 美
이라크·아프간서 폭발물 처리 로봇 운용
육군, 로봇 경진대회 검증기술 실제 조달
스타트업 ‘팬텀 MK1’ 우크라戰 정찰 시범
누가 먼저 전장에 세울까
높은 전력 소모·낮은 신뢰성 걸림돌 여전
기술 격차가 곧 안보 격차… 경쟁 가속 양상
中 시장점유율 97%… 美는 양산기업 부족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장에 등장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인간형 로봇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전장용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 생태계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부터 군·민간 조달, 전장 시나리오 구축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고, 미국은 실제 전장에서 축적한 무인체계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의 군사적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전쟁터에서 기존 무기체계보다 실제로 효율적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있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군사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은 미·중 모두에 공통적이다. 상대보다 앞선 기술이 곧 안보상의 우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걷는 병기’ 개발을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中 도시전 투입 시나리오… “5∼10년 내 가능”
중국의 휴머노이드 전투로봇 개발 움직임은 이미 조달과 연구, 실전 운용을 염두에 둔 단계까지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는 평가다.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NUDT)은 지난해 6월 로봇 경진대회를 열었다. 대회에서 로봇들은 적진에 침투해 지정된 구역에 진입한 뒤 지도를 그리고 표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했다. 군 기지에서는 신원을 확인하고 기강을 점검하며 경계 순찰을 하는 시나리오도 별도로 시험됐다.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고 침투와 정찰, 내부 통제까지 임무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연구도 구체적인 전투 시나리오 단계로 넘어갔다. 2025년 8월 NUDT 시안 시험훈련기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는 휴머노이드와 로봇개, 무인차량 등 6대의 ‘전투로봇’이 두 개의 돌격조로 나뉘어 지상군과 함께 적이 점령한 건물을 층별·방별로 소탕하는 도시전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이 논문은 이런 장비가 5~10년 안에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올해 6월에도 카메라와 레이더, 동작 데이터를 수집해 로봇이 통과할 수 있는 지형까지 분류하는 시스템에 약 30만달러(약 4억7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구매 관련 입찰 공고를 냈다. 군이 직접 연구를 주도하는 동시에 예산을 편성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로봇 자체의 성능 개발을 넘어 데이터 축적과 산업 참여를 함께 추진해 실전 투입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방산기업 노린코(중국병기공업집단)는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에서 경계와 전천후 정찰, 지능형 순찰, 위험임무 수행이 가능한 특수 휴머노이드 로봇 ‘푸시’(伏羲)를 공개했다. 키 180㎝, 몸무게 85~90㎏인 이 로봇은 조작자가 수㎞ 밖에서 자신의 신체 동작을 그대로 로봇에 전달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푸시는 로봇대회 전시관에서 도심 야간 순찰 임무를 시연했다. 아직은 시연 단계지만 특수목적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실용화를 향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美 실전 경험 강점… 휴머노이드 기업 발굴
미국은 로봇과 AI를 실제 전쟁에서 활용해본 경험이 풍부하다. 과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서 폭발물 처리 로봇 수천 대를 실전 배치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무인기와 지상 화물 운반 로봇 등을 지원해 운용했다.
다만 휴머노이드 전장 로봇만 놓고 보면 아직 초기 단계다. 미 육군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엑스테크(xTech)휴머노이드’ 경진대회를 열었다. 완제품 로봇 부문에서는 이족보행 로봇 ‘알렉스’를 앞세운 플로리다 인간·기계인지연구소(IHMC)가 우승했다. IHMC에 따르면 알렉스는 문을 스스로 인식해 34초 만에 통과하고, 사람이 흩뜨려 놓은 물체를 색깔별로 45초 만에 분류하는 등 사람의 개입 없이 주변 상황을 판단해 움직이는 능력을 갖췄다. 부분 기술 부문에서는 무전 교신을 알아듣는 지휘통제 소프트웨어와 소음 없는 수소연료전지 등이 수상했다. 육군은 대회가 끝난 지난 11일 “이번 대회는 향후 국방부의 투자와 연구개발 우선순위, 휴머노이드 시스템의 조달 경로를 결정하는 전략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검증된 기술을 최대 125만달러 규모의 후속 계약을 통해 실제 조달 체계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기업 가운데 휴머노이드 전투로봇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파운데이션’이다. 2024년 IHMC 출신 인력이 설립한 ‘보드워크로보틱스’를 인수하며 출발한 이 회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투자자 겸 최고전략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 MK1’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보내져 최전선 정찰 임무를 시범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텀 MK1은 해병대와 함께 문에 폭발물을 설치해 진입을 돕는 강습 진입 훈련도 준비 중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상카트 파탁은 로봇에 살상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연간 3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전 투입은 먼 길… 미·중 경쟁은 가속
휴머노이드 전투로봇이 무장한 채 실전에 곧바로 배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단계의 로봇은 전력 소모가 크고 통제된 시연 환경을 벗어나면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 군사과학원 연구원 왕융화는 지난해 광명일보 기고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동과 인식, 지능 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기술적 돌파와 제조비용 하락, 산업 규모의 생산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장 투입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군사평론가 쑹중핑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저 하나의 노림수(눈길 끌기용 수단)일 뿐”이라며 “진짜 로봇은 이미 전장에서 완전히 그 역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미 검증된 무인기와 무인차, 로봇개 등이 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굳이 휴머노이드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필요가 생기면 실현 가능하다면서 “전장에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능력, 즉 전술을 이해하는 ‘대뇌’와 기동성·지형 적응력을 뜻하는 ‘소뇌’를 결합하는 문제가 가장 큰 기술적 난제”라고 진단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맬컴 데이비스 수석분석가도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용적인 전장 시스템은 아니라면서도 “5~10년 안에는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중 간 휴머노이드 경쟁은 쉽게 멈추기 어려운 구조다. 안보와 직결된 기술인 만큼 한쪽이 개발에 속도를 내면 다른 쪽도 손을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 격차가 안보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상대의 기술 진전 자체가 서로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현재 경쟁 구도에서는 중국이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로이터는 “미국 로봇산업은 이족보행·사족보행 기계 개발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무엇보다 양산할 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안보와 직결된 기술이 투입되는 군사 로봇은 자국 내 생산 기반이 중요하지만, 미국에는 아직 마땅한 인간형 로봇 생산기업이 없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옵티머스’ 시제품만 수년째 선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 다수의 휴머노이드 기업이 이미 양산 체계에 들어섰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가운데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97%에 달한다. 기술적 완성도가 확보되면 곧바로 대량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런 생산 인프라의 격차는 미국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국가안보전략센터(SCSP)는 지난 3월 낸 보고서 ‘로봇 결핍’에서 미국이 소프트웨어·혁신 부문에서는 앞서지만 산업 생산능력, 시장 생태계, 인력, 국가 차원의 전략 실행력에서는 모두 중국에 뒤처져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21세기 국가안보와 경제 회복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
미군에 로봇을 납품하고 있는 고스트로보틱스의 창업자 개빈 케널리는 로이터에 “미·중의 로봇 격차는 기업 대 기업의 경쟁이 아닌 미국 기업과 중국 국가 간 경쟁”이라며 이 분야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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