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500억달러 이상 투자”…韓정부 참여 미확정 입장
중간선거·에너지 지정학까지…트럼프의 ‘알래스카 LNG 띄우기’
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국이 2000억 달러(271조 4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며 이 중 하나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규모에 대해선 ‘500억 달러(67조 8500억원)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사업 추진 여부를 결론 내리지 않고 추후 협의 과제로 남겼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 미 전역에 건설되는 대형 원전 8기(1200억달러·162조 7000억원), 텍사스주의 6GW(기가와트)급 발전 시설(220억달러·약 29조 8650억원)을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발표했다.
◆‘알래스카 LNG’에 집중된 한국 투자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참모들과 함께 한국의 대미투자와 관련해 발표했다. 또 11월 3일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댄 설리번 알래스카 연방상원의원 후보,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도하는 글렌파른 그룹의 브렌던 듀발 최고경영자(CEO)도 함께였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사업은 상업정 합리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으며 검토 단계이지만, 이날 발표는 상당 부분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함으로써 우리는 하루에 거의 40억입방피트(1억1300만㎥)의 액화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를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올려놓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에 대한 얘기를 들어왔으며, 50년간 정치인들이 이를 얘기해왔는데 본인이 이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이 프로젝트는 즉시 최대 1만 2000개의 건설 일자리를 창출하고, 1000개의 운영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또 알래스카 가구의 에너지 비용을 연간 최대 1500달러까지 절약해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규모는 양국 간 합의된 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석한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위해 알래스카에 투자되는 (금액은) 500억 달러(67조 8500억원)를 조금 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또 기자들 질문에 답하며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3년이 걸릴 것”이라며 “자금 조달이 이뤄지는 즉시 착공할 것이고, 따라서 3년 뒤면 알래스카에 저렴한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LNG 수출은 그로부터 대략 2년 뒤 시작될 것”이라며 “따라서 LNG 수출까지는 대략 5년”이라고 언급했다. 3년 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다.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지정학도 변화시킬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전체가 이곳에서 가스를 공급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동에서 LNG를 수입하는 동남아 국가들이 알래스카로부터 LNG를 공급받을 것이라는 뜻으로, “그는 세계가 미국을 바라보는 방식과 미국과 협력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지난 50년 동안 건설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태평양 연안에 LNG 수출 터미널을 갖게 된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투자한다고 꾸준히 언급해왔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 오랜 시간 정치적 의제였던 알래스카 LNG 사업의 상징성과 더불어 중간선거에서의 파급력, 에너지 지정학 등의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을 러시아 등 경쟁국에 대한 동맹국의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수단으로 명시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천연가스·LNG 인프라를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산업 자원으로 규정하고, 동맹국 에너지 안보까지 이유로 포함시킨 바 있다. 당초 계획보다 한국의 대미 투자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알래스카 LNG 사업을 대미투자에 포함할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결국 합의보다 더 나아간 발표를 하는데는 이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 상원 선거에서 메리 펠톨라 민주당 후보의 추격으로 고전하고 있는 설리번 후보는 연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알래스카는 공화당 우세 주로 꼽히지만, 최근 알래스카가 접전지로 바뀌면서 설리번 후보는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부터 접전지를 순회하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관세 없이 자금 확보 못했을 것”
텍사스에 6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미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언급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 건설될 천연가스 발전소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지금까지 건설된 것 가운데 최대 규모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원전 8기 건설과 관련해선 “세계 최고의 원자력 생산국으로서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를 원전이 들어설 지역으로 언급했다. 댄 섬너 웨스팅하우스 CEO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합의와 관련 “한국과의 무역협정에서 그들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대가로 나는 그들의 관세를 15%로 낮췄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이 프로젝트는 워낙 규모가 커서 쉽게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발표를 8월 말부터 9월 초에 추진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양국 이견으로 미뤄지면서 결국 9월 마지막날에서야 투자 발표가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 전 한국 등의 대미투자 발표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양국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협조 등을 거론하며 다방면에서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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