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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밉다고 러시아 좋은 일 시켜서야…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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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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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건국대 교정에는 우크라이나 전직 대통령 부인의 기념식수로 심어진 나무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1991년 소련(현 러시아)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2대 대통령을 역임한 레오니드 쿠치마(1994년 7월∼2005년 1월 재임)의 부인 류드밀라 미콜라이브나 쿠치마 여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김대중(DJ)정부 시절인 2001년 3월 남편과 동행하지 않고 혼자서 4박5일의 한국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의 쿠치마 여사는 방한 기간 중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오찬을 함께하고 건국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대 캠퍼스에 남아 있는 나무는 학위 수여식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송환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23일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송환했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독립 이듬해인 1992년 대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우크라이나 정상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이가 바로 쿠치마 대통령이다. 수교 이후 불과 4년 만인 1996년 쿠치마 대통령 방한이 성사된 점에 비춰 보면 당시 한국·우크라이나 관계는 상당히 좋았음이 분명하다. 그 뒤로도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2006년 1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2012년 3월)이 계속 한국을 방문했다. 반면 한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답방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다가 2023년 7월에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수교 후 31년 동안이나 한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은 러시아를 의식한 외교 정책으로 풀이된다. 예나 지금이나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드문 나라다. 그 러시아가 옛 소련 구성국들 가운데 가장 집착하며 되찾고 싶어하는 지역이 바로 우크라이나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러시아는 심기가 불편해지는 관계인 셈이다. 결국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그 직후 실시된 한국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 수호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현 대통령)는 “초보 정치인이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나무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러니 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악연이라면 악연이라고 하겠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억류하고 있던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내는 과정에서 ‘비공개 합의가 있었네, 없었네’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이 2일 “비공개를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공개했고, 합의 사실 없다고 상대국(한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겠으나 침략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를 이렇게 박하게 대해도 되나. 한국·우크라이나 외교 갈등에 제일 신이 난 쪽은 러시아다. 혹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더라도 선을 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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