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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미수출 배불러도 트럼프 눈치에 소화불량…대미투자 압박 빌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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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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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흑자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 확실시
3분기 만에 연간 최대치 경신…대미투자 부담 가중

한국의 올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나 대놓고 환호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 합의하지 않은 사안까지 기정사실화하며 대미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막대한 대미무역 흑자를 빌미로 통상 압력 버튼을 더욱 세게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847억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3분기 만에 연간 역대 최대 흑자였던 2024년 기록(556억달러)을 가볍게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179억달러였던 대미 흑자는 2018년 139억 달러, 2019년 114억 달러, 2020년 166억 달러로 완만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에 이어 2023년 444억달러로 치솟더니 2024년 55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트럼프 2기 체제인 지난해 495억달러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한 반도체 수출이 폭증하면서 사상 첫 1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흑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에 불만을 품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예고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갈취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야기했다며 자의적인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 26%를 부과키로 결정하는 등 한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해 60여개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하며,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개별관세를 추가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면서 통상 보복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그해 7월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관세를 15%로 낮췄고, 자동차·부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지난해 11월 1일로 소급해 25%에서 15%로 하향조정했다. 이후 한·미 양국은 10개월 넘게 이어진 협상 끝에 지난 1일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중 양국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를 제외하고, 나머지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투자 부문을 구체화한 것이다. 1호 프로젝트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고, 2호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다만, 사업성이 불투명하나 미국 측의 압력에 따라 3호 프로젝트로 거론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두고는 말이 많다. 양국이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된 것과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투자를 사실로 못박으면서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사업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노골적인 투자 압박을 물리치기도 어렵다. 미국이 언제든 상상 이상의 통상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우리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아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 1000억달러는 정부의 대미투자 협상 여지를 좁힐 공산이 크다. 한국보다 2000억달러 더 많은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의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23.4%가량 감소한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대미투자 프로젝트 관련 백브리핑에서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500억달러가 안 됐는데, 올해는 1000억달러가 넘어갈 것 같다. 일본은 오히려 줄었다. (지금 시점에서) 입장 바꿔 생각하면, 미국 입장에선 한국한테 5500억달러, 일본한테 3500억달러를 (요구)할 것 같다”고 말한 배경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통상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했기에 대미 투자 규모를 3500억달러 정도에서 합의했지만 올해 협상에 나섰다면 투자 부담이 훨씬 커졌을 것이란 얘기다. 김 장관은 “작년에 일단 (협상)했던 것을 잘 지켜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미 무역흑자 급증이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전력기기·철강·건설기계 등에 대한 미국 측 수요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통상 당국이 이를 토대로 정교한 방어 논리를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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