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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 채용 관행 실태를 조사, 2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입사지원서에서 직무능력과 무관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78.8%는 입사지원서에서 ‘가족관계’를 요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채용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모 직업 등을 묻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스스로 ‘흙수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입사지원서에서 ‘키·몸무게’를 묻는 기업도 13.7%에 달했다. 10.3%는 ‘혈액형’, 9.1%는 ‘본적’을 묻기까지 했다.
지원자의 나이를 근거로 채용을 제한할 수 있는 ‘생년월일’을 묻는 기업도 95%에 이르렀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은 채용 시 가족관계, 키, 몸무게 등 개인 능력과 상관없는 사항을 절대 묻지 않는다”며 “이러한 인적사항을 묻는 기업은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어학 점수, 학점 등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도 대다수를 차지했다. 입사지원서에서 ‘학력’을 묻는 기업은 94%, ‘학점’을 요구하는 기업은 60.2%에 달했다. 어학 점수(49.4%)나 어학연수 여부(37.5%)를 묻는 기업도 상당수였다.
특히 종업원 1000인 이상 대기업은 77.1%가 어학 점수를 요구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43.4%)보다 그 비중이 훨씬 높았다. 학점도 대기업(85.4%)이 중소기업(53.9%)보다 더 많이 요구했다.
올해 대졸 구직자의 채용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신입사원을 주로 뽑는 공개채용을 하는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20.7%에서 올해 13.3%로 크게 줄었다.
올해 경력사원 위주의 수시채용을 하는 기업은 48.8%에 달했으며, 37.6%는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공공사업본부장은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으로 직원을 선발한 기업에서 업무성과 향상과 조기 이직률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며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도입하고자 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정부와 대한상의가 공동 지원하는 컨설팅과 교육을 활용하면 유용하다”고 밝혔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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