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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예(禮)를 담은 건축,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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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2 20:45:50 수정 : 2017-04-11 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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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주장하는 고려 말 신흥사대부의 지지를 기반으로 건국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유교와 관련된 건축이 많이 건립되었는데, 대표적인 건축이 서원(사진)이다.

서원은 선비들이 유학을 공부하는 강당과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사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묘나 궁궐, 향교와 같은 대부분의 유교 건축은 중심이 되는 건물과 출입문을 잇는 남북방향 종축선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의 배치를 갖는다. 서원 역시 두 공간의 중심건물인 강당이 앞에, 사당은 뒤에 일렬로 놓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원은 학문을 연마하면서 자연을 즐기기 좋은 산이나 계곡에 자리한다. 따라서 주로 경사진 곳에 자리하는데, 강당이 더 높은 곳에 놓일 경우 선현의 뒤를 내려다보게 되므로 예(禮)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래서 강당은 앞쪽, 사당은 뒤쪽에 놓였다. 그런데 선생이 강당 마루에 앉아 학생들을 가르칠 때, 선생이 사당을 등지고 앉으므로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게 된다. 이에 조선 중기 유학자인 동암 유장원이 편찬한 ‘상변통고’(常變通攷)에서는 ‘사당과 강당이 일직선에 있어도 지세의 높낮이가 현격하면 등을 돌리고 앉아 미안하다는 혐의는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 즉 경사지에 놓이면 괜찮다는 것인데, 서애 유성룡은 이마저도 꺼려했다.

그래서일까. 퇴계 이황과 월천 조목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의 사당인 상덕사는 약간 동쪽으로 비껴 서 있다. 또 강당인 전교당은 좌우대칭의 틀을 깨고 마루 서쪽에만 방을 둔 비대칭 평면을 갖는데, 이는 동쪽에 위치한 사당의 높은 위계를 건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선비(士)의 수기(修己)와 대부(大夫)의 치인(治人)과 같이, 안이 탄탄하고 밖에 모범이 된다. 타인에게 부끄럽지 않게 자신을 가꾸고, 사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할 요즘, 예를 담은 서원건축의 확연한 모양새가 마음에 와 닿는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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