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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5·18 왜곡하려 美에 거짓정보”

입력 : 2017-05-24 19:48:53 수정 : 2017-05-24 19: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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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인 팀 셔록 기밀문서 분석 / “공산주의자들이 광주서 폭동 조작… 즉각 소탕 진압 논리 정당화 의도” / ‘광주상황’ 문건엔 발포 승인 적혀 / 미국의 집단발포 묵인설도 사실로 “공산주의자에게 조종당한 폭도들이 무차별 사격을 했다.” “인민재판을 열어 사람을 처형했다.”

1980년 신군부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조작한 것으로 미국 기밀문서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미국은 5·18 당시 공수여단이 발포권한을 승인받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정황도 나왔다.

미국 언론인 팀 셔록(66)은 24일 광주시에서 열린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팀 셔록(왼쪽)이 24일 광주시에서 5·18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미국 정부의 해제된 기밀문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셔록은 1996년 미국 정부의 5·18 관련 기밀문서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4월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면서 미국 정부 기밀문서(3500쪽)를 분석하고 있다.

셔록의 기밀문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군부는 미국 정부·군대에 왜곡한 5·18 상황 정보를 제공해 지지를 끌어냈다. 신군부가 조작한 대표적인 사례는 폭도들이 전투경찰에게 무차별 사격하고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또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에 의해 조종되고 군중이 교도소를 공격하는 등 실제 상황과는 전혀 다른 정보를 미국 측에 건넸다.

또 군중이 쇠파이프·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폭도가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내용도 있다. 특히 ‘폭도들 수백명이 무등산 기슭으로 도망가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청 앞 광장에서 폭도가 인민재판을 열어 사람들을 처형하고 있다’ 등 신군부가 퍼뜨린 소문이 마치 광주시위가 공산주의자 또는 북한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인식을 미국에 심어주려 했다.

셔록은 “이것은 신군부가 5·18 당시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공산주의자들의 방식으로 강제동원이 이루어졌다고 왜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광주 시위를 즉각 소탕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1980년 5·18 이후 꾸준히 제기된 미국의 신군부 집단발포 묵인설도 사실로 밝혀졌다. 미국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1980년 5월21일 ‘광주상황’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공수여단은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게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이라고 적혀 있다. 5월21일 전남도청에서는 계엄군이 집회 중인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해 54명이 숨졌다.

미국은 당시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쿠데타 지도자들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5·18이 자칫 한국의 국내 안보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지 않으면 전국으로 확산하고, 결국 한국정부의 권력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은 1980년 5월22일 백악관 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끝내기 위해 신군부의 군병력을 투입하도록 결정했다. 셔록은 “미국의 선택은 1953년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최악의 실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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