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논문표절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이날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복도에 논문표절 의혹을 지적한 벽보를 부착하고 자리에 ‘논문표절을 솔선수범했나’, ‘5대원칙 훼손’ 등의 손팻말을 붙여 놓은 것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손팻말에 ‘논문도둑 가짜인생’이라고도 써 놨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느냐”며 “명예훼손일 뿐 아니라 국회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의원들끼리 고성도 오갔고, 이장우 의원이 항의하자 김 의원은 “국민 여러분, 지금 끼어드는 분이 이장우 의원이다”고 비꼬았다. 벽보부착과 자료제출 문제로 청문회는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가량 늦어진 오전 11시17분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김 후보자에 대한 ‘사상 논쟁’도 불거졌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김 후보자가 경기교육감 시절 교육청에서 발간한 ‘5·18 계기 교육 교사학습자료’를 보면 마르크스 혁명론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고 질문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 역시 과거 김 후보자가 연명한 문건 내용을 문제 삼으며 “주한미군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고 사회주의를 상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무슨 뜻인가”라며 “후보자는 사회주의자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는 자본주의 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경영학자”라며 “다만 자본주의 한계를 해소하면서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착하는 데 기여하려고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르크스 혁명론을 언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자료는 루소를 비롯해 철학자들의 사상 흐름을 제시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논문 표절이나 사상 검증 이외 교육 정책에 관한 질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교육 개혁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과도한 조급함이나 단편적 성과에 집착해 교육 혁신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화, 고교 학점제,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등의 공약들은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교육부의 자료제출 지연으로 한밤 중에 중단됐다. 유성엽 위원장은 밤까지도 자료 제출이 되지 않자, 오후 10시쯤 “자료제출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 차수변경까지도 하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김 후보자는 수능 개편 방향을 묻는 민주당 박경미 의원의 질의에 대해 “8월 초까지는 수능개편방향을 확정, 고시해야 한다”며 “수능-EBS 연계는 문제가 많아 재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모든 영역의 절대평가 전환과 관련해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은 너무 급진적이고 절대평가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섭·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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