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질서는 유엔 상임이사국에게만 핵보유를 허용하는 불평등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하는 국가가 존재해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애초부터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보유국에 동참했다. 북한은 NPT에 가입해 IAEA의 핵사찰을 받고 있다가 1992년 탈퇴해 핵보유국가가 됐다고 스스로 선언한 최초의 국제 핵질서 도전국가가 됐다. 이에 지금 유엔은 북한이 국제핵질서에 도전하는 핵 도발 행위를 하고 있기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 체제 보장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더불어 이제 북한의 핵 도발은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초래할 정도가 돼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엔은 물론 국제금융기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유엔제재는 물론 강력한 금융제재 등 비군사적 행동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도 불사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방한해 국회 연설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모든 문명국가를 대신해서 말한다”며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며, 북한 체제와의 외교관계를 격하시키고 모든 무역과 기술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했다.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 |
이러한 북핵 현실 속에서, NPT체제가 지금까지 핵전쟁을 막으며 국제질서의 ‘거버넌스 레짐’(관리 체제)임을 내세워 평화를 추구해온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우리 주도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외교는 명분을 통해 실리를 찾는 기술이다. 우리 외교도 주변국과 함께 국제핵질서 수호라는 명분을 갖고 각국의 상이한 해법을 조정해 나가는 실리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목적은 체제 수호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내부분열과 한·미, 한·일 간의 이간 책동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중·일을 방문하면서 북핵문제가 국제사회가 다룰 시급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지금 우리는 북핵이 국제사회의 선결적 문제로 대두된 새로운 상황을 잘 활용하는 외교 전략이 시급하다. 북한은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핵 포기를 전제로 미국과 대화를 하거나 무력충돌을 해야 하는 선택단계에 이르렀다. 북한은 극한의 궁지에 몰리기 전에 한국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북한에 우리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줘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유지의 유일한 길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북핵이 국제 핵 거버넌스를 파괴하는 행위임을 인식시키는 명분 있는 실리 외교를 전개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