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하는 악비의 단심(丹心)은 그가 지은 시에 오롯이 배어 있다. ‘만강홍(满江红)’이다. 이민족에게 조국강토가 유린당한 것을 가슴아파하고 광복 의지를 불태우며 쓴 글이다. “성난 머리카락이 관을 뚫고 위로 솟구친다.(怒髮衝冠)”라는 말로 시작돼 “옛 강토를 되찾아 승리의 첩보를 임금께 올려야지.(待從 頭 收拾旧山河 朝天阙)”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악비에게 그 어머니는 충성을 다해 조국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정충보국(精忠報國)’이란 글을 아들의 등에 새겼다. 모전자전이다.
우리나라에도 청사에 빛나는 영웅이 적잖다. “석 자 장검 높이 들어 푸른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바다가 함께 기뻐하네.(三尺誓天 山河動色)”, “단칼에 더러운 무리 깨끗이 쓸어버리니, 산과 바다가 핏빛으로 물드는구나.(一揮掃蕩 血染山河)”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소장된 보물 제326호인 이순신 장군의 두 자루 장검에 각각 새겨진 검명, 즉 칼 이름이다. 이 글은 류성룡이 쓴 악비의 전기 ‘정충록’의 발문 속 문장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했던 ‘설야(雪夜)’는 독립지사의 굳은 소명이 읽힌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이런 애국충혼이 있어 오늘 대한민국은 어엿한 독립국이자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한국독립군 조국을 찾는 용사로다/ 나가! 나가! / … / 등잔 밑에 우는 형제가 있다/ 원수한테 밟힌 꽃포기 있다/ 어서 가자 조국에.”
광복군가 ‘압록강 행진곡’이다. 온갖 신고(辛苦) 속에서도 조국광복을 꿈꾸며 일생을 헌신한 애국지사의 진한 의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정신을 계승해 ‘제2의 광복’ 평화통일의 등불로 삼아야겠다. 오늘 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精忠報國 : ‘충성을 다해 조국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
精 정할 정, 忠 충성 충, 報 갚을 보, 國 나라 국
精 정할 정, 忠 충성 충, 報 갚을 보, 國 나라 국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