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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무서운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현지 팬들은 일명 ‘개고기송’으로 불리는 응원가를 목청껏 불러댔다. 박지성이 은퇴하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타깃이 됐다. 경기에 출전하면 상대 팀 관중이 개고기송을 부르고, 맹활약을 하면 그의 SNS에 “개고기나 먹어라”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손흥민이 EPL 득점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인종차별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다른 유럽 축구리그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다. 스코틀랜드 리그 셀틱에서 뛰던 기성용이 공을 잡으면 관중이 벌떡 일어나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곤 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는 이강인(마요르카)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손으로 눈찟기’ 등 차별을 당했다. 최근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이 훈련 중이던 이강인을 향해 “치노(chino·중국인) 뭐하는 거야”라고 한 동영상이 공개돼 빈축을 샀다. ‘치노’는 북중미와 남미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리스펙트’(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지난 22일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출신 특급 골잡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발렌시아와 원정 경기에서 “원숭이(mono)”라는 인종차별을 당해 파문이 일고 있다. 참다못한 비니시우스는 물건을 던진 관중과 충돌했고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이번이 처음도, 두 번도,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일상화됐다”고 분노했다. 지난 1월에는 AT마드리드 응원단이 검은 인형에 비니시우스 유니폼을 입혀 다리에 목매단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브라질이 발끈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은 “파시즘과 인종차별이 축구장을 장악해선 안 된다”며 스페인의 조치를 요구했다. 23일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조명을 1시간 동안 껐고, 상파울루의 스페인 영사관 앞에선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당황한 스페인 당국은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남의 일로만 여길 때가 아니다. 우리도 손흥민, 이강인 같은 해외파 선수들의 인종차별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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