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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북핵위기·칼기 폭파 보고서…1993년 외교문서 37만쪽 공개 [외교문서 비밀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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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9 09:21:31 수정 : 2024-03-29 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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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핵 위기’가 터지고, 대한항공(KAL)기 폭파 사건 조사보고서가 나온 1993년 외교 비사가 공개됐다. 

 

외교부는 29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306권, 37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국민 알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 지난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1993년 문서다.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미·북 고위급 회담에서 팽팽한 외교 대결이 벌어진 기록이 담겼다. 규약상 NPT 탈퇴 선언 이후 3개월 후 탈퇴가 이뤄지기 때문에 1993년 6월 12일 전에 북한의 탈퇴 선언을 번복시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볼 수 있다.

 

당시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이 뉴욕과 제네바에서 두 차례 만났다. 북한이 핵을 두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기 시작한 초기에 어떤 체제 안전 보장안 등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난항을 이어가던 협상은 6월 7일 북한의 요청으로 케네스 퀴노네스 당시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과 리용호 북한 외교부 국제기구국 부국장(후일 외무상·외교문서에는 '이영호'로 표기)이 실무접촉을 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실무접촉에서 북측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미국의 지원, 내정불간섭, 자위 경우를 제외한 무력불행사,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지지의 4개 항이 포함된 북미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조건으로 NPT 탈퇴 결정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나흘 뒤 북한의 NPT 탈퇴 유보와 미국의 무력 불행사 등을 담은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김영삼 정부와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대북 협상 방안을 조율하면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어떤 순서로 추진하고 서로 추동시킬 것인가를 치열하게 논의한 과정도 드러난다.

 

1993년 북핵 협상 기록은 이듬해인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역사적인 북·미 ‘제네바 합의’를 탄생시키기에 앞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북·미 핵 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주한미군 핵무기 배치와 관련된 1950년대 외교문서의 공개 여부를 두고 당시 정부가 고심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19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가 한소 수교 이후인 1992∼1993년 진행된 기록도 담겼다.

 

1992년 9월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방한을 앞두고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KAL기 블랙박스 내용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그간 행방이 묘연했던 블랙박스의 존재를 알렸다.

 

한국 정부는 블랙박스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옐친이 이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넘기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진땀을 빼야 했다.

 

이밖에 1993년 개최된 대전세계박람회(대전엑스포) 조직위가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단계별 계획'을 짰던 내용 등이 공개됐다. 북한의 대전엑스포 참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년 퇴임 직후 미국을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장 세력의 난동’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는 이번 공개 문서에 △북한 핵 문제(유엔에서의 토의 동향 및 각국동향) △김영삼 대통령의 미국 방문 △클린턴 미국 대통령,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전기침 중국 부총리 겸 외교부장 방한 △한국의 UNOSOM II(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군) 참여 △대전 세계박람회(EXPO) 개최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을 직접 방문하거나 공개외교문서 열람‧청구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열람청구시스템은 6월 이후 이용 가능하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023년까지 총 30차에 걸쳐 약 3만5000여권(약 500만여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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