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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한 아이가 골목에 앉아 노래 부른다

후렴구만 계속 부른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골목

아무도 본 적 없는 골목

겨울의 환한 빛과

여름의 서늘한 이끼와

아이의 작은 목소리가 고여 있다

이따금 옆집 새와 고양이가 따라 부른다

아이를 찾던 사람이 홀린 듯 걸어 들어와 울다 지쳐 잠든다

고요한 물결에 휩쓸려 거울 밖으로 밀려난다

한없이 맑은 날

골목의 담이 모두 허물어지고

아이는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간다

이제 아무도 울지 않는다

거울 속은 텅 비어 있다

지금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가 부른 노래를 헤아려 본다. 아이를 찾아 헤매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새와 고양이의 구슬픈 울음이 귓가에 선하고, 그럴수록 여기 ‘거울’은 어쩐지 아주 차고 깊은 물처럼 느껴진다. 아이를 애타게 찾는 사람이 홀린 듯 다가와 물속을 들여다보는 장면 같은 것이 떠오른다. 수시로 물결에 휩쓸려 밖으로 밀려난다 해도.

 

다시 4월. 어떤 이들은 10년째 같은 4월을 맞았을 것이다. 벌써 10년이나? 누군가에게 그 세월은 쏜살같았겠지만, 누군가에게 10년은 끊이지 않는 악몽이었을 것이다. 그 사이 아이는 노래를 멈추고 일어나 어딘가 먼 곳으로 총총히 걸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도 울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거짓말 같다. “한없이 맑은 날”을 바라며 애써 풀어놓은 속 깊은 거짓말.

 

여전히 울다 지쳐 잠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떠난 아이를 그리며, 그는 계속해서 거울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 속에 자신과 아이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잠시 쉬게 할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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