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생전 자산관리부터 유산분배까지… 금융권 상속시장 경쟁 가열 [심층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7-25 05:50:00 수정 : 2024-07-25 13:11: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령화시대 ‘유언대용신탁’ 뜬다

금융사 유언장 작성∼집행까지 도맡아
원하는대로 상속설계… 분쟁 우려도 ↓
2024년 2분기 신탁잔액 3.5조… 4년 새 4배
유류분 제도 위헌 후 계약률 더 높아져

은행권, 관련 상품 개발·출시 잰걸음
생보업계도 가세… 새 돌파구 기대감
하반기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도 주목
“초고령화 진입 땐 수요 계속 늘 듯”

70대 A씨는 직장생활을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최근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 자녀 간 상속 분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상속 준비를 미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을 찾아 상담을 받은 A씨는 유언대용신탁을 택했다. 먼저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와 저축 자산 일부는 아내와 두 자녀를 수혜자로 하는 생전신탁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자산은 손주들의 교육비와 결혼 자금을 위해 불가역신탁으로 설정했다. 생전에 신탁 수익이 발생하면 챙길 수 있고, 사망 후에는 지체 없이 상속이 이뤄질 것이란 생각에 A씨는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한다.

 

그는 “원하는 대로 상속 설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속세도 줄게 됐다”며 “신탁계약 후에도 은행을 찾아 자산 관리 및 상속 계획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상속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유언대용신탁을 중심으로 유언장 작성부터 집행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은행권에 이어 최근에는 생명보험업계도 유언대용신탁에 뛰어들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형제·자매의 유류분(상속인이 최소한도로 받을 수 있는 상속분)권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유언대용신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년여 만에 4배 커진 ‘유언대용신탁’ 시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 2분기 말 3조5150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8800억원)보다 4배가량 커졌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금전과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맡기면 수탁자인 금융사가 고객 생전에는 재산 관리, 사후에는 배우자나 자녀 등 수익자·상속인에게 배분하는 서비스다.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운 유언장 방식의 상속보다 간편하고, 상속 분쟁 가능성이 작다는 게 장점이다.

 

유언대용신탁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고령화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초고령사회(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가 도래하면서 재산 상속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상속 및 증여재산 규모는 188조4214억원으로 5년 전(90조4496억원)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상속 규모도 과거보다 커지면서 계획을 미리 세워 노후를 사전에 대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지속적인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일찌감치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운용하고 있으며, 갈수록 고령층 자산 관리 종합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하나은행이다. 2010년 금융권 최초로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해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4월엔 유산정리 서비스도 새로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에 증여, 상속, 기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하나 시니어 라운지’를 개점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시중은행 최초로 은퇴자산 관리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골든라이프센터’를 통해 노후금융 서비스에 힘을 쏟는다. 은퇴자가 관심이 높은 세무·법률, 상속·증여 등에 대해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신한은행은 ‘신탁 라운지’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S 라이프 케어(Life Care)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김유란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팀장은 “1인 가구에서 형제자매 유류분 제도 위헌으로 예전보다 유언대용신탁 계약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형제자매가 아닌 본인이 주고 싶은 특정 조카, 종교단체, 출신 대학, 병원 등을 대상으로 유산 기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들이 상속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사후에 분쟁 없이 본인 뜻대로 집행되었는지 여부”라며 “유언대용신탁은 상속 집행과 더불어 피상속인이 생전에 질병 또는 치매로 금융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울 때도 미리 생전에 지정한 대리인을 통해 본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탁’으로 새 돌파구 찾는 생보업계

 

생보업계는 최근 유언대용신탁 시장에 가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교보생명의 신탁업무 인가 범위를 기존 금전에서 종합재산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증권이나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신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생보사 중 신탁업 인가를 받은 곳은 삼성·미래에셋·한화·교보·흥국생명이며,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까지 더하면 보험업계에선 모두 6개사다. 이번에 교보생명이 종합재산 신탁 인가를 받으면서 이들 중 생보사는 모두 종합신탁업 인가를 획득하게 됐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판매 중이고,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개발을 검토 중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관련 법률 개정과 함께 도입될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업계 기대를 높이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숨진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고인의 뜻대로 사용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본인 사망 후 자녀에게 재산을 일시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상속하고자 할 때나 상속세 재원 마련용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신탁사 역할을 하는 보험사를 통해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고령화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보사들에 신탁 시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생보사의 고령화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임준 연구위원은 “상속 관련 분쟁과 사망자 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사후 자산 관리 수단으로서 신탁상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보사가 단순히 생명보험 상품만 판매하는 것을 넘어 노후 자산 관리 등 장기적으로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관련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
  • 임지연 '여신의 손하트'
  • 이주빈 '우아하게'
  • 수현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