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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든든, 마음은 푸근… 순두부 한입에 추억 ‘몽글몽글’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입력 : 2024-10-06 07:59:33 수정 : 2024-10-06 07: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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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설촌순두부

아버지 젊은 시절 기억 더듬어 방문한
아담한 가정집 분위기의 두부 요리집
호박나물 등 정갈한 반찬들 입맛 돋워
모두부의 묵직한 맛에 익숙해질 때쯤
냄비 가득 뭉게구름 같은 순두부 나와
순수하고 담백한 한입에 마음까지 충만
늦더위가 기승인 이번 가을, 아버지의 젊은 시절 기억을 더듬어 가며 방문한 두부 요릿집 앞마당 너머는 가을을 기다리는 벼가 노랗게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비워진 아버지의 그릇을 보며 내가 두부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모두부 정식

◆아직 무더운 가을

 

입추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추석 전 부모님을 모시고 찾아간 선산, 그날은 비까지 내려 습하고 더워 높지 않은 산을 오르는 것조차 영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고향 파주 가는 길에 창밖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에선 세월의 그리움과 설렘이 느껴진다. 옛날엔 여기에 시냇가가 있었고 또 저기엔 길이 없었는데 새로 생겨 이젠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잔잔히 말씀하는 아버지 기억 속의 시골 이야기를 들으면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들어서던 증조할머니 집의 파란 대문이 생각난다.

 

선산에 올라 성묘하고 어머니가 아침에 부친 전을 몇 개 집어 먹었다. 예전 명절 때는 큰집, 작은집 다 모여 대가족이 성묘했다. 왁자지껄했던 이곳은 이제는 내려앉은 안개를 벗 삼아 고요함 속에서 그때를 기억하며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성묘가 끝나면 법원리 시내에 들러 밥을 먹으러 갔었다. 그 당시엔 명절에 문을 여는 가게가 몇 없었기에 이모할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 들러 상을 몇 개 붙여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적의 명절은 항상 그렇게 시끌벅적했다.

 

잡초를 정리하고 내려오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아버지 기억을 따라 왔던 길의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비게이션을 켜볼까 하다가도 아버지의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가며 음식점을 찾는 그 기분이 참 즐거웠다. 한참 동안 사람이 없는 작은 도로를 지나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들어서니 멀리서 작은 간판이 보인다. ‘설촌순두부.’ 두부요리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동창회를 할 때마다 찾는 곳이라고 한다. 가게 앞 논은 입추가 지나자 색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가정집 같은 설촌순두부의 내부는 좌식 테이블 6개 정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아담한 시골 음식점의 그윽한 분위기가 좋았다. 자리에 앉아 순두부 백반과 모두부 백반을 주문했다. 달그락거리는 주방에서 찬을 준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음식을 주문한 후에 기다리며 가게를 둘러보는 그 시간이 참 좋다. 성묘를 끝내서인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님의 얼굴이 편안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평일 낮 부모님과 함께 온 시골 음식점에서의 그 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파주 설촌 순두부 전경

◆파주 설촌순두부

 

주문하자 곧 반찬이 나왔다. 호박나물, 오이무침, 콩나물, 고추 장아찌 등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을 보니 입맛이 돌았다. 볶음김치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들기름 향이 상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큼지막한 모두부에 볶음김치를 얹어 한입 넣었을 때 그 맛은 정말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맛이다. 완성된 음식 두 가지가 섞이는 그 맛의 조화는 마치 복잡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춰 낸 것처럼 완벽했다. 그 옛날 투박하고 네모난 두부가 뜨거운 프라이팬에 녹여내듯 볶은 김치와 잘 어울릴지 어떻게 알았을까. 두부 김치 레시피를 창조한 분에게는 상을 줘야 한다. 모두부의 묵직한 맛에 익숙해질 때쯤 냄비 가득 뭉게구름 같은 순두부가 나왔다. 먹어보지 않아도 부드러울 것 같은 찰랑거림이 느껴지는데 정말 말 그대로 찰랑거림을 그릇 하나 가득 담았다. 먼저 뜨끈한 국물을 맛보았다. 그 한입에서 느껴지는 콩의 순수함과 담백함에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해졌다. 들기름 풍미의 간장을 풀어 간을 맞춘 순두부는 모두부와는 확연히 다른 그 부드러운 식감과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된장으로 맛깔나게 무쳐낸 나물반찬들과 두부요리들은 오전 성묘길에 고단했던 가족들의 여독을 충분히 풀어주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하시던 아버지의 빈 그릇을 보니 내가 두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싶었다.

 

순두부

◆콩과 두부

 

두부의 원재료인 콩은 농경사회에서 쌀처럼 곡식 다음으로 중요한 농작물이었다. 콩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할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하다. 콩은 식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많고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은 이소플라본이 가득 들어있다. 콩잎에는 각종 비타민 또한 많아 요리에도 널리 활용된다. 두부나 두유 같은 콩으로 만든 식품은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에 빈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콩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두부다. 두부는 물에 불린 콩을 갈아 낸 뒤 짜내어 콩물을 끓인 후 간수를 넣어 응고시킨 식품이다. 덜 굳으면 순두부가 되고 단단하게 굳히면 모두부가 된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비지가 되어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두부 라구 스파게티 만들기

 

<재료>

 

두부 반모, 양파 50g, 당근 30g, 새송이버섯 30g, 마늘 2톨, 물 500㎖, 토마토페이스트 15g, 화이트와인 30㎖, 간장 10㎖, 소금 1ts, 후추 some,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50g, 그라나파다노 치즈 some,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0㎖, 버터 10g.

 

<만드는 법>

 

① 두부와 양파,당근,새송이버섯, 마늘은 곱게 다져준다.② 냄비에 버터 10g을 넣고 한 번 재료를 볶아준다.③ 노릇하게 볶아지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화이트 와인을 넣어 버무려 준다. ④ 물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주다 간장을 넣어 맛을 내준다. (5) 파스타 면을 버무려 준 뒤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뿌려 접시에 담아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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