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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전통예술 생태계 사라지게 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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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0 00:02:53 수정 : 2025-01-10 00: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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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오늘날 ‘문화강국’으로 떠오른 데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인기 아이돌 그룹 중심의 대중가요를 앞세운 한류의 힘이 컸다. 그렇다면 이 한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전통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외국인들은 우리 민족 특유의 한과 흥이 서려 있고 신명 나는 장단에 실린 소리(노래)와 춤, 연희 등을 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기 일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전통예술은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대중의 관심도가 낮은 데다 보존 대상으로만 여겨져 근근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전통예술을 배우겠다는 후학들마저 급감해 전통예술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참석했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한 포럼에서도 딱한 전통예술계 현주소를 접할 수 있었다. 재단과 국립국악원 관계자와 국악과 교수, 전통예술 공연 단체·기획자 등이 모여 전통예술의 당면 과제와 지역인재 육성 및 교육격차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국악연감과 한국교육개발원 집계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영남·호남지역 고교 2곳과 대학 4곳에서 국악 전공이 폐지되거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2019년 432명이었던 전국 22개 예술대학의 한국음악(국악) 전공 졸업생도 지난해 330명으로 뚝 떨어졌다. 불과 5년 만에 100명 넘게 줄었다. 신입생을 뽑지만 지원자 자체가 없는 국악과들도 있었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부장

이 지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전통예술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라거나 ‘미래가 불투명하고 암담하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전통예술뿐 아니라 서양음악, 연극, 문학, 미술, 무용 등 어느 분야이건 순수 예술로 밥벌이를 하는 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통예술은 상대적으로 공연 시장 자체가 협소하고 대중 관심도와 외부 재정 지원도 낮은 편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예술단체 수도 얼마 안 되는 데다 신입 단원 채용이 가물에 콩 나듯 하니 재능과 열정이 있더라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전통예술 생태계를 복원하고 살리려면 먼저 이 불안감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단기나 중장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개선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예술가의 길을 택한 청년들의 경우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면서 기량을 연마하고 어떤 식으로든 자주 공연할 기회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최소한 국공립 지원사업 참여 시 공정한 심사와 내실 있는 지원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전통예술계 기득권층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면 두 손 두 발 드는 청년 예술가들이 늘 테고 전통예술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전통예술의 매력이 해외에서 더 먹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청년 예술인들이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예술·취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전통예술 공연 관람과 체험 기회를 확대해볼 만하다. 국내 관광 거점 도시에 전통예술 상설 공연장을 확보해 전통예술인 공연 마당과 세계화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산소 호흡기를 단 처지인 전통예술이 건강한 생태계에서 회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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