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예산 심의 때만 되면 불안감에 밤잠을 설칩니다.”
경기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한 직장운동경기부 관계자는 연말마다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시·군 직장운동경기부는 올림픽·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비인기 종목의 메달 획득을 떠받치는 버팀목이지만, 종종 성적 부진이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삭감 1순위’에 놓이곤 한다. 소수 엘리트 체육인을 위한 예산이라는 이유로 이를 생활체육 활성화로 돌려야 한다는 ‘공공연한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는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와 예산 운용의 폭이 작은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처럼 ‘파리 목숨’ 신세로 전락하면서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군포·오산·의왕 3곳은 일찌감치 직장운동경기부를 모두 정리해 버렸다. 자취를 감춘 해당 시·군의 운동부 역시 레슬링·육상·볼링·수영 등 비인기 종목 팀이었다. 도내 체육계 관계자는 “자칫 사소한 문제라도 팀 내에서 불거지면 지자체는 해체부터 거론한다”고 전했다.
최근 수원시에선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뒀던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존폐 여부가 화두가 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창단한 국내 최초·유일의 여자 실업팀이었지만, 12명 선수 모두 국가대표라는 ‘화려함’ 뒤에 그늘이 존재했다. 선수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을 견디며 운동만 했다.
앞서 수원시의회는 국내에 여자 아이스하키리그가 없고, 시정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3년 12월 예산 편성 때부터 기존 운영비의 절반 수준으로 규모를 줄였다. 배경에는 고질적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 줄다리기가 자리한다. “정부가 지원 폭을 늘려야 한다”는 지자체와 직접 지원에 난색을 보여온 정부의 신경전이다. 통상 직장운동경기부 1곳을 운영하기 위해선 연간 8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태는 봉합됐지만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도내 비인기 직장운동경기부 해체는 2010년 이재명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에서 일어난 쇼트트랙팀 해단이 선례로 남아 있다. 2010년 7월 성남시는 채무 누적을 이유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했고, 같은 해 12월 15개 종목 가운데 쇼트트랙을 포함한 12개 종목 팀을 해체했다. 팀을 잃은 ‘빙상 천재’ 안현수(빅토르 안)는 2011년 러시아에 귀화했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후 안현수의 귀화를 두고 정치권에서 책임공방이 일자 후과(後果)를 걱정한 그의 부친은 팀 해체와 직접 연관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한 바 있다.
지자체 스포츠의 위기는 프로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도내 프로축구 시민구단의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원이 줄면 당장 성적부터 곤두박질치는 게 시민구단”이라며 “자체 수익으로는 팀 운영이 어려워 지자체장이 바뀌는 4년마다 롤러코스터를 탄다”고 고백했다.
지역 스포츠 발전과 선수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직장운동경기부를 되살릴 해법은 없는 것일까. 늘상 거론돼온 비인기 종목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 지자체 규모나 재정자립도에 따른 최소한의 운영 규정 마련과 정부의 관심 역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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