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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침해’ 尹 만장일치 파면··· 분열 접고 새 출발하자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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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4 15:43:48 수정 : 2025-04-04 15: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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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은 국민 신임 배반한 행위”
자제 못 한 巨野 ‘입법 독주’도 질타
대통령 권한분산 개헌 계기 삼아야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파면당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참담한 현실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냉철히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찬반 세력이 충돌했지만 우리는 헌법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이 야기한 헌정 침해를 바로 잡았다. 대통령이라 해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선고 관련 호외를 집어들고 있다.   뉴시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 포고령 발령,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가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는 것이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 조치는 엄중히 단죄됐다.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은 헌재에 종국적인 헌정 질서수호 역할을 부여했다. 그렇게 합의했기 때문에 우리는 헌재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해야 한다. 법치가 무너지면 시민의 자유가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흔들린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된 직후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편협한 입장을 내놨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데 대한 사과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도 없었다. 이번 사태가 지지층에만 죄송한 일인가. 제대로 된 사과와 승복은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를 선서하고 취임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남은 책무다.

 

헌재는 “국정 마비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배척했다. 하지만 야당을 향해서도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에서 총리와 장관, 검사 등에 대해 30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13건을 강행 처리했다. 주요 공직자의 직무는 즉시 정지돼 국정 공백을 불렀지만, 헌재 결정이 난 9건은 모두 기각됐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되돌이표가 41번이나 이어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 파면과 관련,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야권은 반대편에 섰던 이들의 좌절감까지도 껴안는 포용과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번에 탄핵당한 것은 윤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야의 ‘입법 독주’도 함께 탄핵당했다. 정치는 경제·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된 지 오래다. 낡고 비효율적인 국가운영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한발도 내딛기 힘든 지경이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여소야대 국회에서 일상화한 정치 교착을 해소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헌을 원한다. 이 대표를 제외한 여야의 모든 대선 주자들이 개헌을 약속했다. 이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

 

보수는 두 명의 대통령을 잃었다. 집권당이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농단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도 몰랐다.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만 탓할 텐가. 청와대(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 여당은 책임이 없나. 비상계엄 선포로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법치’가 훼손당했다. 보수의 가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나라가 두 쪽으로 갈려 싸우는 사이에 경제와 안보 양면에서 위기가 닥쳤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간에 낀 우리의 처지는 한층 더 고단해졌다. 북한 김정은은 러시아 푸틴과 손잡고 독재 연대를 강화하며 핵 능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 경제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하나로 뭉쳐서 대응해도 극복하기 힘든 위기들이다. 헌재의 전원일치 결정에는 이제 분열을 접고 새 출발하자는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은 노예제 갈등으로 국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스스로 분열된 집은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때처럼 절박하다. 위기 때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웠던 우리 국민이 또 한 번 저력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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