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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의플랫폼정부] 정부, 끊임없이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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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9 23:11:40 수정 : 2025-04-09 23: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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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변화에 선제적 대응하는 정부혁신 필요
혁신의 방향은 국민적 공감대와 지속 가능성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 탓에 경쟁자가 없어 보이던 업계 1위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다는 소식은 혁신엔 영원한 일인자가 없음을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며, 세계를 지배했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쇠퇴하는 모습을 우리는 여러 번 목격했다.

한때 영원할 것 같았던 노키아는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며 스마트폰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빠르게 몰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이 문화이고 전략이라던 애플 역시도 예외는 아니며, 요즘 대세인 AI 시장에서는 이름을 내밀기도 어렵다. 결국 변화하는 기술과 소비자 요구에 발맞추어 빠른 혁신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으며, 아무도 그들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정부 혁신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부나 기관이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며 지속적으로 최고를 유지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라마다 최고 리더십은 물론 정부 조직의 환경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혁신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지만, 상황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실행이 바뀔 수밖에 없고, 후속 정부나 사회적 변화에 맞춰 수정되거나 보완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 다만 그런 변화가 정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는 제3의 길을 내세우며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많은 개혁을 이루었고, ‘영국이 하면 다르다’라는 기치로 공공 부문에서 민영화와 시장 원칙을 도입하며 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블레어 정부의 퇴장과 함께 혁신적인 정책들 역시 후속 정부에 의해 수정되거나 폐기되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보건 개혁과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그리고 투명한 정부와 시민참여를 주도하며 혁신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정책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대거 철회되거나 수정되었음을 우리는 안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지금 어떤 혁신으로 글로벌 벤치마킹 사례를 만들고 있는지 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 사업을 시작으로 정부 업무의 정보화와 데이터 개방을 통한 효율성과 투명성 강화, 행정서비스 통합과 모바일 제공을 통해 국민편의 제고 등으로 이어지는 혁신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로 유엔 정부혁신 평가에서 몇 년간 상위 5위 이내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자만하고 안주하는 순간 뒤처지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과연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정부 플랫폼이 구축되어 이전과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국민이 더 편리하게 제공받는지 분명하지 않다. 특히 현 정부의 혁신이 미래 혁신과 어떻게 연결되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드러난 게 없어 아쉽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하려는지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혁신은 수용되기 어렵고 결국 실패한다는 과거의 경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요구와 기대는 정부 혁신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관심사는 시대마다 변화하고, 이런 변화는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며,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 정부는 멈춰 있는지 아니면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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