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대통령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로 2년11개월 만에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며 대통령실 재이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청와대가 조선총독부 관저·경무대에서 이어진 권위주의, 제왕적 문화의 상징이라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다. 그러고는 국민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오히려 불통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이승만정부부터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공간이었던 청와대로의 재이전에 무게가 실린다. 집무실과 관저가 잘 갖춰진 데다 의전행사 등에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청와대 흉지설은 걸림돌이다. 청와대에 입성했던 대통령들의 말로가 모두 불행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풍수학자인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언론 기고에서 “풍수상 흉지라는 술사들의 떠벌림이 청와대 터에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022년 출간한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했다면 그것은 막강한 대통령 권력을 남용한 개인의 불행이었지 국가의 불행은 아니었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대선 승부처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서울 서초동의 대검찰청 청사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대검 청사가 외부인의 접근이 어렵고, 부지 안에 여러 부속건물이 자리해서다. 이곳으로 옮긴다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완결판으로 불릴 각오는 해야 한다.
대통령실을 이전하려면 어디가 되든 국민 혈세로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국민이 곱게 볼 리 없다. 용산에서 다른 곳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다고 해서 “그곳이 터가 안 좋다느니”, “누군가 또 잡혀가든지 해야지” 하는 저주와 악담이 끊어질지도 의문이다. 대통령실 이전, 대통령을 뽑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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