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의 P-3 해상초계기가 이착륙 훈련 중 29일 경북 포항공항 인근 한 농가 주변 공터에 추락했다. 해군 포항기지에서 이륙한 지 약 6분 만이었다. 추락한 뒤 초계기는 전소했다. 해군 장교와 부사관 등 탑승자 4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260m 떨어진 곳엔 680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자리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군용기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4번째다.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는다. ‘나사 빠진 군’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해군이 1995년 P-3 계열 초계기를 도입한 후 사고가 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사고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추락 직전까지 조종사가 관제탑과 정상 교신했고, 마지막 교신에서도 비상상황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기 훈련 비행경로는 평소와 같았고, 사고 당시 포항기지의 기상 상황도 양호했다고 한다. 사고기는 미 해군에서 퇴역한 뒤 개조 과정을 거쳐 2010년 한국 해군에 도입됐다. 도입 시 강도 높은 안전점검을 거쳤다고는 하나 오는 2030년 도태가 예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기체 노후화로 인한 결함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해군은 조류 충돌이나 난기류를 비롯한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최근 군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공군은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 민가 일대에 폭탄 8발을 잘못 투하하는 오폭 사고를 냈고, 지난 3월 17일에는 육군에서 운영하는 무인기가 활주로에서 이탈하면서 헬기와 충돌해 전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야간 모의사격훈련 중 기관총 2정과 실탄 500발, 외장 연료탱크 2개를 지상으로 투하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있었다. 이후로도 지난달 23일과 지난 28일 육군 최전방 부대에서는 북한을 향해 K-6 중기관총 실탄을 쏘는 오발 사고도 반복됐다. 군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방증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12·3 계엄 사태로 군의 핵심 전투·정보 수뇌부 장성 9명은 이미 구속되거나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국방부 장관은 6개월째 공석이고, 차관이 직무 대행 중이다. 이런 지휘체계 공백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달 장성 정기 인사도 미뤄졌다. 일선 지휘관은 병사에게 엄격한 규율을 내세울 수 없고, 병사들은 지휘관을 만만하게 보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우리 군의 전반적인 기강 및 준비 태세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사고 진상 규명과 함께 관련자 문책 등 조치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지휘체계 공백으로 군 기강이 해이해진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권력교체기 군내 안전사고에 대한 고도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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