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제주도의 ‘구제역(FMD) 백신접종 청정지역’ 지위를 공식 인정받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육지부와 제주도를 분리해 국제적으로 ‘청정’ 지위를 얻은 것으로, 향후 축산물 수출 확대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92차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정기총회’에 참석해 제주도의 청정지역 신규 인정과 함께, 소해면상뇌증(BSE), 아프리카마역(AHS), 가성우역 등 3개 가축전염병에 대한 청정국 지위 재인정을 이끌어냈다고 최근 밝혔다.
구제역은 전 세계적으로 수출입 제한 조치가 강하게 적용되는 고위험성 가축 질병으로, 국제 무역에서의 청정국 인증은 국가의 방역 체계를 상징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2023년 전국 단위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인정을 추진했으나, 같은해 5월 충북에서 구제역 발생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지리적 고립성과 관리 용이성을 갖춘 제주도에 한정해 지위 인정을 재추진해 왔다. 특히 이번 총회를 앞두고 제주도 인근 전남에서 구제역이 재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전국 단위 긴급 백신접종, 축산차량 이동제한, 항만·공항 검역강화 등의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총회 사전 면담에서 WOAH 사무총장에게 “제주도는 육지부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고도화된 검역 및 방역 조치를 통해 구제역 비발생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결의안 통과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청정지역 인증은 상징적 성과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제주산 축산물을 전제로 한 검역 협상이 싱가포르 등과 진행 중이며, 이번 인증을 계기로 일본, 중동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방역 성과는 수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우리나라 전체 식품산업 수출 실적은 72억591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축산물 수출은 1억7864만 달러로 12.2% 증가했다. 특히 위생·방역 신뢰도가 중요한 고기류, 유제품 등에서 해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내륙 지역의 방역관리도 강화해 장기적으로 ‘백신 미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제주도 모델을 기반으로 가축 질병의 예방·진단·검역 체계를 한층 고도화하고, 초국경질병(TADs) 통제를 위한 국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수석수의관)은 “이번 성과는 국내산 축산물의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자, 백신 미접종 청정국으로 가는 첫 단계”라며 “7월 일본에서 개최될 동아시아 수석수의관 포럼 및 TADs 워크숍을 계기로 국제 방역 공조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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