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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남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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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2 22:58:31 수정 : 2025-07-02 22: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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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시 부평구청에는 갈산동 한 공원에 대형 거북이가 돌아다닌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구청은 동물 포획 전문업체를 투입해 잡아들인 뒤 인근 유수지에 놔줬다고 한다. 이후 이 거북이가 2022년 10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늑대거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다시 현장을 찾았으나 자취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늑대거북은 어류나 조류, 소형 포유류, 양서류 등 닥치는 대로 잡아먹을 정도로 공격성이 강하다. 국내에는 천적도 없어 토종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한다. 턱의 힘이 세며 먹이를 잡을 때는 민첩하게 단번에 무는데, 미국에서는 사람도 발가락을 물려 크게 다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필 풀어준 유수지가 생태 체험장으로 활용되는 터라 아이들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 구청은 다시 포획 후 살처분할 방침이라고 한다.

늑대거북 외에도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된 외래 파충류로는 리버쿠터, 악어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 플로리다붉은배거북, 붉은귀거북속 전종이 있다. 미국 남부 자생종인 붉은귀거북은 왕성한 번식력 덕에 가장 흔하게 국내 서식이 보고된다.

우리나라 토착종 민물 거북으로는 남생이와 자라가 있다. 남생이는 2005년 천연기념물(제453호)에 이어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준 데다 1960년대부터 보신용, 약재로 소비가 늘면서 남획되기도 했다. 온순하고 느려 쉽게 잡힌 탓이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물속에서도 이동이 빠른 붉은귀거북과의 서식지 및 먹이 경쟁에서 밀리는 신세다. 제한된 일광욕 및 동면 장소 등에서 쫓겨나 갈수록 서식지를 잠식당하고 있다는 게 학계의 보고이다.

남생이는 금관가야 시조인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를 담은 구지가(龜旨歌)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과 오랜 기간 함께해왔다. 조선 시대에는 국권을 상징하는 어보에 새겨졌고,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 중 하나로도 사랑받았다. ‘합덕 방죽에 줄남생이 늘어앉듯’이라는 속담에 등장할 정도로 친숙했었다. 충남 당진시는 최근 합덕제에서 남생이 10마리를 방사했다. 합덕 방죽에서 붉은귀거북이 아닌 남생이 무리가 일광욕을 즐기는 날을 꿈꿔본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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