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3월, 5월 서해 및 동해상에서 표류하다가 우리 측에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어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귀순을 거부하고 북송을 강력히 희망한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하겠다. 정부는 이들의 신병을 인수하고 탈북 의사 등에 관한 기본적 조사를 마친 뒤 즉각 북측에 송환 방침을 통보했으나, 정작 북한은 북송이 이뤄지는 그 시점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북한 정권의 태도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3년 4월 북한은 남북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단절했다. 이후 북한은 남한 측의 통화 시도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로는 한국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우리가 “해상에서 표류한 북한 주민 6명의 신병을 확보해 돌려보낼 예정이니 응답하라”는 메시지를 줄기차게 보냈지만,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결국 송환에 4개월이 넘게 걸렸다. 정치·군사 등 문제와 인도주의적 사안은 서로 분리하는 것이 옳다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는 아쉽기 그지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동해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돌려보낼 당시 북한 경비정 등이 인계 지점에 출동했다는 점이다. 우리 통보에 공식 답변을 하진 않았으나 북한도 그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 측) 메시지를 접수한 건 맞다”고 말했다. 비록 남북 간 직접 접촉은 불발했지만 한반도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송환 일시 및 장소 등에 관한 소통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선제적 대북 방송 중단에 북한이 호응해 온 것처럼 평화의 선순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과 단시간 내에 관계 개선을 이루긴 어렵겠으나, 단계적 긴장 완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북한 주민 송환 조치는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차 남북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국의 유화 제스처에 북한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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