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짓밟고 농민 생존권도 빼앗아”
與野, 농해수위서 피해 방지 촉구 결의
“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는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짓밟는 행위이고 농민의 생존권을 빼앗는 일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여당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농가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반발 수위가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전국농어민위원회는 “한국은 미국 농산물 5대 수입국이고 농산물 무역적자는 80억달러에 달한다”며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미 통상협상에서 더이상 대한민국 농어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농수산물 수입을 확대하라고 하는 건 깡패”(민주당 윤준병 의원), “일방적인 트럼프 정부의 폭력적 통상 압력”(민주당 문대림 의원) 등 미국을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농해수위는 미국이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소고기·쌀·사과 중 “어느 것도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품목이 중요하고, 지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 품목 모두 국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상징성이 있어 수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고기의 경우, 이미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요구대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까지 추가로 개방한다면 ‘광우병 사태’를 연상시켜 소고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소고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쌀 수입 확대는 더욱 복잡한 문제다. 한국은 이미 연간 쌀 수요량의 10%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저율관세(TRQ)를 적용하는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5개국 중 미국에만 32%를 배정하고 있다. 미국 물량을 늘리려면 세계무역기구(WTO)가 동의해야 하고, 미국만 더 늘리려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게다가 쌀은 ‘국민 밥그릇’이자 ‘식량 안보’의 마지노선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협상 대상으로 내놓기 어렵다는 게 농해수위 시각이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미국 요구대로 사과 검역을 완화한다면 과수산업 전체를 “회복불능의 재앙에 빠뜨릴 수 있다”고 농해수위는 주장한다.
야당도 농축산물 추가 개방 반대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국회 농해수위는 전날 여야 합의로 ‘한·미 통상협상에 따른 국내 농축산업 피해방지 및 식량안보 확보 촉구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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