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7위 좌절 딛고 ‘2m34’ 2위
2022년 이어 또 시상대에… 韓육상 최초
육상연맹 포상금 포함 상금 9800만원
“성원에 감사… 내일부터 다시 뛸 것” 소감
李대통령 “우 도전, 큰 용기·희망 줘” 축하
‘스마일 점퍼’ 우상혁(29·용인시청)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8세 때 택시에 오른발이 통째로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왼발보다 오른발이 15㎜ 정도 더 작은 ‘짝발’이 됐다.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0.01초나 1㎝가 성적을 결정짓는 엘리트 체육인이 되기엔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이었다.
그래도 어린 소년은 달리기가 그저 좋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육상부에 들어갔다. 중학교 진학 후 달리기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우상혁은 윤종형 코치의 조언을 받아 높이뛰기로 전향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그때 ‘짝발’이 걸림돌이 됐다. 발 크기가 다르다 보니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우상혁은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더 많이 했다. 균형을 잡으니 높이뛰기에는 짝발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지난 극복의 세월을 돌이켜봤다. 높이뛰기 선수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188㎝)도 ‘우상’인 스테판 홀름(스웨덴)을 보며 극복해냈다. 홀름은 181㎝의 단신에도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다.
주어진 난관들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간 우상혁은 마침내 한국 육상의 역사를 바꿨다. 우상혁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넘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우승은 2m36을 넘은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차지했다. 얀 스테펠라(체코)가 2m31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이 2m34를 3차 시기에서 먼저 넘으면서 금메달이 유력해보였지만, 커도 3차 시기에서 2m34를 넘으면서 우상혁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메달 색을 가른 2m36.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실패했고, 커는 1차 시기에서 성공했다. 우상혁은 금메달을 위해 바를 2m38로 높여 도전에 나섰지만, 2, 3차 시기에 모두 바를 건드리면서 은메달이 확정됐다.
명승부 끝에 아쉽게 ‘금빛 점프’에는 실패했지만, 우상혁은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2개 이상 따낸 선수로 기록됐다. 2022년 미국 유진 대회에서 2m35를 넘어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던 우상혁은 4년 전 자신의 높이뛰기 인생을 바꿔준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시상대 두 번째 자리에 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 이후 피로골절 부상에 슬럼프에 빠졌던 우상혁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며 단숨에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수집하며 승승장구하던 우상혁은 큰 기대 속에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다. 2020 도쿄 때만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였지만, 파리에는 당당한 메달 후보로 평가받으며 입성했다. 그러나 2m29에 그치며 7위에 머물렀다. 은사인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
딱 하루만 울고 우상혁은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 맸다. 2025년을 시작하며 “3월 중국 난징 세계실내선수권,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 9월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벼르던 우상혁은 난징과 구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번 대회 전에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모조리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지난 8월에 당한 종아리 부상이 아쉬웠다. 8월10일 독일 하일브론 국제 높이뛰기 대회 출전을 앞두고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낀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도 불참했다. 그 부상 여파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나타나면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우상혁은 “금메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은 있다. 많은 분의 성원 덕분에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늘의 성과는 오늘까지만 만족하고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달리겠다”고 각오를 다진 우상혁은 다시 달리고 점프한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7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을 지나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우상혁은 이번 대회 상금 3만5000달러(4800만원)와 대한육상연맹 5000만원 등 총 9800만원을 상금으로 받는다. 세계실내선수권대회 우승과 다이아몬드리그 2회 우승 등을 합쳐 우상혁이 올해 받은 공개된 상금만 해도 2억4000만원이 넘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상혁의 은메달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고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 선수의 도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며 “이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7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2028 LA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우 선수의 모든 여정을 국민과 함께 힘껏 응원하겠다. 대한민국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우리 우 선수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축하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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