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건대입구역 33분 최고
엘베 위치 혼선 등 곳곳 ‘장벽’
서울시·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 역사 내 안내표지 연구 착수
휠체어∙유아차 등 이동약자들의 서울 지하철역 평균 환승시간이 19분으로 비장애인 보다 약 5.7배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은 지하철 내 복잡한 환승구간 등에서도 쉽게 엘리베이터를 찾고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표지를 개선할 계획이다.

17일 사단법인 무의∙서울시∙서울교통공사 등이 함께 추진 중인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로 지난 7월 시청·고속터미널·교대∙건대입구역 등 서울 지하철 10개 주요 환승역에서 휠체어 이용 교통약자 30명이 참여한 실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지하철 환승역 평균 이동 시간은 19분으로 집계됐다. 무의가 지난해 발표한 비장애인의 평균 환승 시간 3.3분에 비해 5.7배였다. 조사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역무원 도움 없이 지하철 내 안내표지만을 보며 직접 지하철을 환승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10개역에 각 3명씩 참여했다.
이동약자가 환승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역은 서울역과 건대입구역으로 33분이 소요됐다. 이어 노원·교대역(21분), 고속터미널∙시청역(19분), 천호역(16분) 등의 순으로 환승하는 데 오래 걸렸다.
조사에 참여한 이동약자들은 엘리베이터 위치 파악, 출구·환승 엘리베이터 구분, 엘리베이터 내 층∙방면 안내, 혼잡 시 시야 차단 등의 문제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자들은 “환승 과정에서 가장 큰 불편은 엘리베이터 관련 구간에서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역 환승 조사에 참여한 50대 이승일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며 환승 등을 할 때 엘리베이터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출구로 나가는 건지, 환승을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늘 두리번거리게 된다”며 고 토로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역사 내 안내판을 정비할 방침이다. 엘리베이터 등으로 이동하는 환승 동선과 휠체어 승차 위치 등을 알리고 직관적 안내 체계를 구축한다. 지난 2017년부터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를 제작한 바 있는 무의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안내표지를 보완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안에 10개 역사를 선정해 안내판 개선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2027년까지 서울지하철 전 역사(276개소)로 확대 시행한다.
이번 조사를 분석한 이연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이번 실증조사에서는 휠체어 이용자의 환승 동선을 대합실 진입부터 승∙하차 승강장, 환승 대합실 진출까지 총 26개 구간으로 세분화했다”며 “그 결과, 교통약자가 사전에 이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안내가 필요한 핵심 10개 구간 중 7개가 엘리베이터와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엘리베이터 승∙하차 지점, 내부 안내 사인, 그리고 랜드스케이프적 역할(길 찾기를 돕는 환경적·시각적 단서 역할)이 중요한 요소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이동약자들은 매번 각기 다른 지하철역들의 새로운 구조에 적응해야 하고, 안내표지에 붙여져 있는 시설물 등의 위치마저 제각각이라 이용 과정에서 큰 불편과 혼란을 겪는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이동약자들의 신체적∙인지적 특성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를 반영한 안내표지가 현장에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무의는 이날부터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 관련 지지서명 캠페인을 홈페이지를 통해 벌인다. 무의는 “모두의 지하철 프로젝트는 3년 동안 한정된 예산으로 진행된다. 시민들이 지지해 주면 이 가이드라인이 서울시 공공디자인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더 큰 정책∙재정적 뒷받침으로 이어지는 데 큰 힘이 된다. 나아가 서울교통공사를 넘어 한국철도공사 등 모든 지하철 운영사에 ‘이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사회적 신호가 된다”고 호소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