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영향 인플레 상승 위험 진단
“빅컷 광범위한 지지 없어” 선 그어
트럼프 임명 마이런만 ‘빅컷’ 투표
연말 기준금리 3.50∼3.75% 예상
구윤철 부총리, 첫 F4 회의 개최
“리스크 면밀 모니터링 신속 대응”
코스피는 3461.30 사상 최고 경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배경으로 고용 둔화 위험이 지목됐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큰 폭의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국내 금융 시장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美 경제 나쁘지 않다”
파월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고용 둔화와 고용시장의 ‘이상한 균형’을 언급했다.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가운데 고용 수요도 급격히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 노동부 발표 자료를 보면 8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하고, 고용은 1만5000명 감소했다. 그런데 실업률은 4.2%에서 4.3%로 0.1%포인트만 상승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올해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도 인하 이유로 들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영향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이는 매우 큰 효과는 아니지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관세가 상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은 현재까지 미미하며, 주로 중간 공급망에서 관세 비용이 흡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 경제가 현시점에서 “나쁘지 않다”면서 이번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는 인하했지만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아닌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해석한 이유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회의에서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의견이 의미 있게 검토됐는지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지지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의 이날 금리 인하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 전날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도 투표권을 행사했는데, 마이런 이사만 0.5%포인트 인하에 투표했다. 나머지 FOMC 위원은 0.25%포인트 인하로 투표했다.
FOMC가 공개한 기준금리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말 예상하는 기준금리에 대해 9명이 3.50~3.75%를 예상했다. 10월, 12월 FOMC에서 0.25%포인트씩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연내 2회 추가 인하를 예상한 셈이다. 2명은 1회 인하를, 1명은 1.50%포인트 인하를 각각 예상했다. 반면 6명은 현 수준 동결을 전망했고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도 1명 있다. 무게중심은 금리 인하에 있지만 위원들의 예상 범위의 폭이 넓어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국내 금융 시장 안정적”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신임 금융당국 수장들과 처음으로 ‘F4’(Finance 4) 회의를 개최하고 미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구 부총리는 “오늘 새벽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체로 시장이 예상한 수준의 금리 인하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불확실성에 대한 파월 의장의 인식에 주목하며 혼조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미 관세 정책과 경제지표 등 글로벌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주요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미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재개로 코스피가 대세 상승 흐름을 굳힐 가능성이 커졌다고 기대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47.90포인트(1.40%) 오른 3461.30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6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3449.62)는 물론 장중 최고점(3452.50)도 뛰어넘는 수치다. 11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던 코스피는 17일엔 연준 회의 결과 경계감과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발언 등으로 주춤했으나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불안감을 덜면서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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