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회’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전체회의를 뜻한다.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205명)과 후보위원(171명)이 모두 참석해, 국가의 중대 정책과 당·정·군 인사를 결정하는 자리다. 통상 한 차례 당대회와 다음 당대회 사이에 7번 정도 열리며, 각 회차마다 성격이 구분된다.
보통 1중전회는 새로 선출된 지도부를 확정하고, 2·3중전회는 경제정책이나 조직 개편 등 실무적 의제를 다룬다. 4중전회는 당의 이념·조직·인사 체계를 정비하는 성격이 강하고, 5중전회에서는 향후 5년간의 국가 발전 전략을 담은 ‘5개년 계획’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서 승인된 초안은 다음 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 확정돼 법적 효력을 갖는다.

중전회는 형식적으로는 정책 심의기구이지만 실제로는 체제의 핵심 방향을 가늠하는 ‘정치 이정표’로 기능해왔다. 2014년 4중전회에서는 ‘법치국가 건설’이, 2019년 4중전회에서는 ‘국가 거버넌스 현대화’가 주요 의제로 채택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3중전회가 예상보다 9개월가량 늦은 작년 7월에 열리면서 4중전회에서 5개년 계획을 핵심 의제로 삼게 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기의 중반부에 열리는 만큼 권력 구조 정비와 함께 15차 5개년 계획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회의로 평가된다.
중국공산당이 20~23일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개최한다. 미·중 관세전쟁 재점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의 국가 발전 전략을 담은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동시에 중앙위원회 공석 보충과 군부 숙청에 따른 중앙군사위원회 재편 등 당·정·군 고위급 인사 개편도 병행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당초 지난해 열렸어야 할 일정이 지연된 끝에 소집됐다. 통상 4중전회는 정치 노선과 당 체제 정비를 다루지만, 지난해 3중전회가 9개월가량 늦어지면서 15차 5개년 계획 심의가 이번 회의의 핵심 안건으로 이동했다.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어 15차 계획 초안을 검토하고 수정안을 4중전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전체회의에서 초안이 승인되면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 확정된다.
경제정책의 윤곽은 4중전회 폐막일 발표되는 공보를 통해 일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소비 진작’보다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리춘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경제성장과 민생 개선을 위해 일정 규모의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인민일보도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한 인프라 수요가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도 예고된다. CNBC는 “중국이 자국산 첨단산업 지원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으며, 둥위 칭화대 중국개발계획연구소 부소장도 “AI 인프라 투자 강화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무역전쟁 여파로 정책 초점이 소비보다는 산업 업그레이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구 감소와 내수 위축 등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소비 확대 목표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펑 베이징대 거시경제연구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GDP 대비 소비 비중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중전회에서는 대규모 인사 교체가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부패 조사나 사망 등으로 최소 9명의 중앙위원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2017년 이후 최대 규모의 인사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탕런젠 전 농업농촌부장, 이만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왕리샤 전 네이멍구자치구 주석 등 다수 지방 및 중앙 고위 인사가 이미 낙마했으며 군부에서도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과 왕춘닝 전 인민무장경찰 사령원 등이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지난 3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외교라인의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도 7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구금설이 제기됐다.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인물인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 역시 올해 초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앙군사위원회 7명 중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장유샤 부주석, 류전리 연합참모부 참모장, 장성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주석만 남은 상황이다. 잇단 낙마와 숙청으로 공석이 늘어나면서 군 지도부 재편이 이번 4중전회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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