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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문가 김현위 오뚜기식문화원장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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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8 07:52:13 수정 : 2025-10-18 10:11:56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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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
김현위/따비/3만5000원

향신료는 동서양 모두에서 음식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뿐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약재로 사용한 특별한 맛과 향을 내는 식물을 가리키는 용어다. 향신료 없는 식사는 상상하기 어렵다. 파와 후추가 빠진 설렁탕이나 조림양념에 생강을 넣지 않은 갈비찜은 어딘가 맛이 빈 음식이다. 이처럼 향신료가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향신료가 과거부터 동서양 교역의 중심 품목이자 향신료를 향한 욕망과 경쟁이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힌 원동력이었음도 자명한 사실이다.  고대 문명에서 향신료는 식품에 앞서 약재이자 방부제, 향료로써 사용된 귀하고 값진 물품이었다. 

 

영국 서퍽 지방 혹슨의 보물 은닉처에 묻혀 있던 제정로마 말기의 후추통. 따비 제공

식품과 향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향신료, 인류사를 수놓은 맛과 향의 프리즘’에서 인류의 음식 문화를 다채롭게 만든 정수인 향신료의 모든 것을 다룬다. 향신료의 기원과 진화, 문화적 의미를 과학과 역사, 미각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마늘·생강·후추·계피 등 익숙한 재료에서부터 사프란·메이스·수마크 같은 낯선 향신료까지, 60여 종의 향신료가 등장해 그 맛과 향, 효능, 역사적 사연을 풀어낸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조선 조정은 후추를 직접 재배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다. 특히 성종(재위 1470~1494년)은 후추를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조선은 일본 상인으로부터 후추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1482년 성종은 후추의 씨앗을 구하라고 예조에 명을 내렸고, 예조는 대마도주, 일본 사신 및 상인에게 부탁했다. 1485년에는 대장경을 원하던 일본에게 후추 씨앗과 교환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추 씨앗을 구해 오라는 성종의 계속된 어명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시 후추 씨앗을 구해 오지는 못했다. 생후추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후추가 씨앗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생후추를 구한다 해도 기후 조건 때문에 재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조선에서 후추를 구한다는 것을 알고 일본 상인들은 대량으로 후추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왕실의 창고에 후추가 지나치게 많아지자 성종은 1488년과 1489년에 종친과 조정 신료들에게 후추를 하사했다. 당시 후추는 더위 먹은 병과 두통 등을 치료하는 한약재로 쓰였다. 성종이 후추 씨앗을 구하고자 한 것은 조선에서 후추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특히 후추를 많이 소비했는데, 14세기부터 중국의 연간 후추 수입량은 유럽 전체의 수입량보다 많아졌다. 조선은 이미 중개무역을 통해 후추를 중국에 팔고 있었다. 연산군 2년(1496)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온 남곤(1471~1527년)이 임금에게 ‘후추[胡椒]’는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명나라 서울에 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많이 가지고 갑니다. 하지만 후추는 우리나라 산물이 아니니, 이를 금지하게 하소서.”라고 건의했는데, 이는 사무역을 금지하고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후추를 수출하고자 했다. 그만큼 후추는 교역의 이익이 큰 상품이었다.” (66~67쪽)

 

유럽의 동방 진출에 불을 붙인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 속 삽화 ‘후추 수확’. 따비 제공

“우리나라서는 초피를 ‘산초’와 혼용해 부른다. 산초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산초나무Zanthoxylum schinifolium의 열매로, 매운맛은 나지 않으며 특유의 향이 강하다. 주로 씨앗에서 ‘산초기름’을 내서 사용한다. 반면 초피는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의 열매로, 맵고 화한 맛이 난다. 추어탕에 넣는 것이 바로 초피 열매를 말려 낸 가루다. 초피를 산초로 부르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초피를 산쇼山椒/さんしょう로 부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초피와 산초를 혼동해 부르게 되었다. ”(69쪽)

육두구와 메이스는 모두 넛맥 나무(Myristica fragrans)의 열매에서 나오는 향신료다. 육두구는 열매(종자)이고 메이스는 육두구 씨앗을 둘러싼 가종피를 말린 것이다. 따비 제공

“매운맛 향신료가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자극감’ 때문이다. 매운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과 달리 혀로 느끼는 화학적인 맛이 아니라 통각으로 느끼는 물리적인 맛이다. 소금을 혀로 핥으면 짠맛을 느끼지만, 피부의 상처에 발라서는 그다지 자극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추를 피부의 상처에 대면 맹렬한 자극을 받는다. 이것은 고추의 캡사이신 때문인데, 매콤한 향신료 중에서도 가장 자극감이 강한 성분이다. 후추의 매운맛 성분인 피페린과 생강의 매운맛 성분인 진저론은 비교적 부드러운 자극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매운맛을 가진 향신료는 그 강도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자극을 준다. 이 자극은 소금의 자극감보다 몇 배나 강하다. 즉, 매운맛 향신료의 성분 자체가 소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향신료의 자극감으로 인해 소금 없이도 음식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353쪽)

 

중국 음식의 향이라 할 수 있는 스타아니스(팔각). 따비 제공

저자는 향신료를 조리 과정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요령을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블렌딩, 숙성, 로스팅 등 개성 강한 향신료들의 맛과 향을 잘 살리고 어울리게 하기 위한 조리과학과 더불어, 짠맛과 단맛을 북돋우고 가라앉히는 상승효과와 억제 효과에 관해 살펴봄으로써 저염․저당식을 위한 향신료 활용법도 알아본다. 또한 고추, 후추, 생강, 마늘, 겨자(머스터드), 와사비 등의 성분을 비교함으로써 매운맛을 인지하는 우리 몸의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나아가 단순한 조리 재료로서의 향신료를 넘어, 인류 교역의 동력이자 문화 교류의 매개체로서의 향신료를 탐구한다.

 

오뚜기식문화원 원장인 저자는 “오랜 기간 식품을 과학적으로 탐구해온 전문가로서 음식 문화와 인문학 속에서 향신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더듬어보고자 이 책을 냈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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