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피부도 메마른다.
습도가 낮아지고 찬바람이 불면 공기가 피부 속 수분을 빼앗아 간다.

이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촉촉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한다.
◆가을철 ‘피부 건조증’ 급증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피부건조증 환자는 여름보다 가을에 32.8% 증가하며 12월에 가장 많다.
찬 공기 유입과 난방으로 인한 실내건조가 겹치면서 피부 속 수분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이로 인해 각질, 갈라짐,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긁는 행동이 반복되고, 상처와 염증, 심할 경우 출혈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을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겨울엔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물, 정말 피부를 촉촉하게 할까?
최근 SNS에는 ‘하루 2리터 물 챌린지’, ‘피부가 투명해지는 수분 루틴’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전문가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 피부가 촉촉해지진 않는다”며 “피부의 수분 상태는 외부 보습과 보호막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피부의 촉촉함은 피부 속 수분량보다 ‘피부 장벽(보호막)’의 건강도에 달려 있다.
정상적인 수분 상태의 사람은 물을 더 마셔도 피부에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
탈수 상태일 때는 물 섭취가 피부 톤과 탄력 개선에 일시적 효과를 줄 수 있다.
피부 속 수분은 혈액을 통해 공급된다.
탈수가 심해지면 순환 혈액량이 줄고, 혈관은 피부로 가야 할 수분을 빼앗아 다른 장기로 돌린다.

이 과정에서 피부가 옅어지고 주름이 더 깊어 보일 수 있다.
탈수 상태라면 피부도 영향을 받는다. 이럴 땐 수분 섭취가 피부 개선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단, 과도한 수분 섭취는 오히려 위험하다.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는 물을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무력감, 메스꺼움, 심한 경우 뇌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
◆진짜 피부 보습은 ‘겉’에서부터?
피부의 촉촉함은 ‘수분 섭취’보다 ‘수분 유지’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 보습제 사용을 강조한다.
보습제는 수분을 끌어당기는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수분을 가두는 세라마이드(ceramide) 같은 폐색제를 함께 포함해야 효과적이다.
낮에는 가벼운 보습제, 밤에는 오일이나 연고로 수분을 잠그는 ‘수분 잠금 루틴’이 좋다.
피부 미용 한 전문가는 “촉촉한 피부는 수분 섭취보다 수분 유지가 핵심”이라며 “보습제 레이어링이 해답”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피부 건강, 안팎에서 챙겨야”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하려면 영양과 수면,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식단,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연어·호두·해조류 등은 피부에 좋은 지방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피부를 원한다면 하루 수분 섭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영양과 수면, 외부 보습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 잔의 물보다 한 번의 보습이 피부를 지킨다.
가을철, 물을 마시는 습관만큼이나 피부 장벽을 지키는 루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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